이전에 다른 인디 게임을 리뷰하면서도 밝힌적이 있지만, 필자는 인디 게임을 제법 즐기는 편이다.
매달 우수 인디 게임에게 상을 주는 서울시 주최의 '이달의 G-Rank' 심사위원이라서 즐기는 것도 있고, 천편일률적인 현재의 대형 모바일RPG에 지친 나머지 멘탈 정리 차원으로 인디 게임을 선호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아는 지인이 인디 게임을 하나 제작했다고 연락이 왔다. 철저한 노가다와 전투가 빛나는 게임 '전국좀비자랑'. 이 게임은 수많은 인디 게임 중에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특별하게 잘 만든 부분과 무한한 노가다 부분, 그리고 아쉬운 부분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좀비자랑(출처=게임동아)
게임에 들어가면 '월드좀비콘테스트'라는 타이틀 화면이 보인다. 타이틀 화면만 봐도 이 게임이 좀비가 등장하는 게임이라는 점과 요즘 인디 게임 사이에서 유행하는 2D 도트 게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국좀비자랑'이라는 제목과 '월드좀비콘테스트'라는 제목을 보면서 '자신의 좀비를 뽐내겠거니..' 하는 생각과 함께 스타트 버튼을 클릭해보았다.
(다양한 좀비를 만들려면 로비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출처=게임동아)
아니나다를까, 게임 방식은 그야말로 예상을 적중했다. 별도의 좀비 양성소가 준비되어 있고 여기서 일정 시간을 들여 좀비를 뽑아내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 좀비를 강화시켜서 별도의 전투 공간으로 보내는, 그런 노가다 방식의 전형적인 룰을 택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계속 게임을 진행해보았다.
한참을 플레이하고 이 게임에서 필자가 예상하지 못한 점은 크게 2가지였다. 첫 번째는 좀비의 강화 방식이 '티어가 낮은 좀비를 계속 2배수로 합성하는 방식'이었다는 점, 그리고 전투가 예상을 초월할 정도로 꽤나 맛들어지게 구현되어있다는 점이었다.
전자의 좀비 강화방식은 하위 1등급과 하위 1등급을 드래그로 끌어다 합쳐서 2등급을 만들고, 다시 2등급과 2등급을 합쳐서 3등급을 만드는 식의 도미노 방식을 따랐다. 이런 방식은 직관적이고 또 표현하기도 쉽지만, 좀비의 등급을 올릴수록 기하급수적으로 하위 등급의 좀비가 많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시켜줬다.
(좀비의 강화는 필수적. 금화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출처=게임동아)
예를 들어 하위 1등급의 좀비를 한 마리 탄생시키는데 3초가 걸린다고 가정하면, 하위 2등급의 좀비를 만들려면 5*2로 6초가 필요하고 다시 3등급의 좀비를 만들려면 6*2로 12초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등급이 늘어날 수록 2배수의 공식이 도입되게 되는 것인데, 초반에는 할 만 하지만 위로 10단계 정도까지만 가더라도 새로운 좀비 한마리 만드는 게 무척이나 번거롭게 된다.
거기에 이 게임은 로비에서의 좀비의 수를 제한하고 있다. 처음엔 8마리만 배치될 수 있게 하고,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재화로 이 수를 늘리도록 해놓았다. 좀비가 상위 티어로 갈수록 당연하게도 로비에 좀비를 합성해서 활용하기 위해 로비를 늘려야 하며 자연스럽게 재화도 많이 필요해진다.
또한 하위 좀비를 뽑아내는 기계도 업그레이드 시켜서 시간을 줄이는 것이 꼭 필요하다. 좀비의 강화도 지속적으로 해줘야 한다. 즉, 전투를 통해 계속적으로 재화를 충당해나가야 한다.
(체력이 강한 괴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출처=게임동아)
결과적으로 이 게임은 '전투'로 얻은 재화를 이용해서 계속 좀비를 뽑고 강화시켜서 다시 전투로 진행하는 순환적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상위급 좀비를 뽑기 어려워져 노가다의 수렁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플레이를 진행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 외칠 것이다. '뭐지? 이 무한한 노가다의 세계는?' 이라고. 열심히 플레이했더라도 레벨 60 정도 되었을때 한 번, 그리고 레벨 100정도가 되었을때 한 번쯤은 현자타임이 오게 될 수도 있다.
(물약을 먹으면 랜덤으로 다양한 효과가 발휘된다)(출처=게임동아)
단적으로 이유를 말하자면, 그만큼 전투가 찰지기 때문이다. 이 게임의 전투는 타 게임 보다 간단하다. 자신이 키운 좀비를 전장으로 투입시키면 거기 나오는 괴물들과 싸우게 되는데, 서로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박치기를 하면서 서로 대미지를 깎는 방식이다.
박치기는 말 그대로 몸통 박치기로 과거 팔콤의 RPG '이스' 시리즈를 생각하면 된다. 부딪히면서 이펙트가 튀면서 팅 튕기는데, 의외로 그 느낌이 상당히 좋다. 이 게임의 핵심이자 노가다를 계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바로 이 튕기는 감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느낌이 좋아서 거부감없이 전투에 임할 수 있을 정도다.
(서로 모여서 두두두두 격돌한다)(출처=게임동아)
당연하게도 플레이어가 소유한 좀비를 강화시킬수록 상대 괴물들을 쉽게 없앨 수 있고 스테이지를 더 나아갈 수 있다. 스테이지는 10스테이지 단위로 쪼개지며, 1스테이지부터 11스테이지, 12스테이지부터 21스테이지 식으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50스테이지마다 대형보스가 출현한다.
또 하나 노가다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비교적 재화를 풍부하게 주기 때문이다. 좀비 합성 노가다가 빡세긴 해도, 전장을 보내고 나면 충분할 정도의 금화가 모이게 된다. 그 금화를 통해 좀비를 강화하면 일정부분 캔디도 모이고, 그 캔디를 이용해서 각종 노가다를 단축시킬 수 있다. 또 스테이지를 하나씩 늘려나가는 달성감 또한 꾸준히 이 게임을 플레이하게 해준다.
(50스테이지 보스.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다)(출처=게임동아)
아쉬운 점이라면 전투 부분에서 조금 더 전략을 첨부했으면 어떨까 싶은 부분이다. 끝까지 운에 맡겨야 하는 몸통 박치기가 아니라, 캐릭터 별 상성을 도입한다거나 혹은 폭탄이나 필살기 등을 임의로 타이밍에 맞춰 누르게 해서 간접적으로 전략성을 강화했다면 훨씬 좋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전장에 나갔을때 매번 좀비를 출동시키려고 화면을 터치해줘야 하는 점이 너무 귀찮다. 적당히 좀비를 출진시켜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게 했다면 지금보다 노가다는 좀 덜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스테이지 밸런스 구성 또한 조금 더 다잡을 필요가 있긴 하며, 꾸준히 즐기는 플레이어들을 위해 날마다 주어지는 보상같은 것들이 있다면 더 접속이 원활해지지 않을까 싶다.
결과적으로, '전국좀비자랑'은 계속되는 노가다 속에서도 전투가 찰지고 계속 올라가는 맛이 있어서 즐기게 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없는 평온한 주말에, 하루종일 생각없이 시간 보내며 스마트폰만 하고 싶다면 딱 좋은 게임이 아닐까.
인디 개발사에서 개발되어 요즘 나오고 있는 대작 게임에 비할바는 못되겠지만, 인디 게임 중에서는 묘하게 중독성있어 즐길만한 게임이라고 하겠으며 쫀득한 전투 감각을 갖춘 만큼 향후 다양한 업데이트를 통해 더욱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