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등에 삼치-조기 어장 형성, 기상악화 틈타 몰래 떼지어 출몰 해경 “경비함들 경계 강화 방침”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대형 경비함 2척이 7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 남서쪽 133km 해상(한국 측 EEZ 안쪽 2km 지점)에서 철망, 쇠창살, 그물로 무장한 불법 조업 중국어선 30여 척을 발견해 퇴거작전을 벌이고 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4일 오후 5시 반경 전남 신안군 가거도 서쪽 85km 해상. 3m 높이의 파도와 강풍이 부는 궂은 날씨 속에 중국어선 22척이 나타났다. 선체를 철망, 쇠창살, 그물로 휘감았고 선박 명칭도 검은색 페인트로 지워져 있었다.
이 지점은 한국의 EEZ 안쪽 2km 해상이다. 올해 발효된 한중 어업협정에 따르면 쇠창살 등을 배에 설치하면 협정 위반이다. 출동한 전남 목포해양경찰서 경비함 1508함과 3009함은 ‘한국 측 EEZ에 더 침범하면 나포하겠다’며 경고방송을 했다. 이들 선단이 계속 동진하자 1508함은 물대포를 쏘며 퇴거 작전에 들어갔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이들은 파도가 높으면 고속단정이 출동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이달 들어 철망과 쇠창살로 무장하고 우리 EEZ 해역을 침범한 불법 조업 중국선단을 7차례 퇴거시켰다고 11일 밝혔다. 무장선단은 앞서 10월 30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 해상(18척), 11월 10일 어청도 해상(20여 척)에도 침범했다.
이달 들어 4일 가거도 해상에서 해경 공용화기 발사에도 난폭하게 저항을 했다. 이후 5일 전남 신안군 홍도 해상(32척), 7일 어청도 해상(30여 척), 8일 어청도 해상(30여 척과 40여 척 두 차례), 10일 어청도(24척), 가거도(50척)에 떼를 지어 나타났다.
해경이 지난해 말부터 저항하는 무장선단에 공용화기로 대응하고 중국 정부도 단속을 강화하면서 불법 조업 중국어선이 줄었다. 해경과 해양수산부의 불법 조업 단속은 2012년 467건에서 올해 194건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달까지 우리 EEZ에서 무허가 조업을 하다 적발된 중국어선 53척 가운데 쇠창살로 무장한 선박은 1∼2척에 불과했다.
쇠창살, 철망 무장선단이 올 2월 이후 잠잠하다 10개월 만에 잇달아 한국 측 EEZ 침범을 시도하는 것은 가거도와 어청도 등에 삼치, 조기, 고등어가 많이 잡히는 황금어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해경은 이들을 ‘꾼’이라고 부른다. 해경은 꾼의 이동루트를 사전에 파악해 선제 퇴거작전을 벌이는 한편 페인트 탄을 쏴서 구분하고 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무법자로 불리는 중국 무장선단의 EEZ 침범을 선제 차단하기 위해 1000t급 이상 경비함 3척을 서해에 7박 8일씩 순환 배치하고 있다”며 “이달 들어 무장선단이 7차례 한국 측 EEZ에서 불법 조업을 시도해 경비함들 경계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