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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R&D 증가율, 中 18.8%인데 한국 1.9% 그쳐

입력 | 2017-12-12 03:00:00

EU, 43개국 2500개社 조사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율이 1.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전체 평균(5.8%)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11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16 회계연도에 R&D 투자액이 2400만 유로(약 309억6000만 원) 이상인 43개 국가 기업 25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7 산업 R&D 투자 스코어보드(The 2017 EU Industrial R&D Investment Scoreboard)’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R&D에 쓴 돈은 7416억 유로(약 956조6640억 원)로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전체 2500개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70개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이 지난해 쓴 R&D 비용은 266억 유로로 세계 전체의 3.6%에 그쳤다. 상위 50위권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곳뿐이었다.

반면 미국 기업은 821곳으로 가장 많았다. 상위 50위권 내에도 22개 기업이 이름을 올려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미국 기업들이 지난해 R&D에 쓴 비용(2900억 유로) 역시 전체의 39%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미국 기업의 R&D 투자액은 전년보다 7.2% 늘어 평균을 웃돌았다.

기업 수로 보면 중국 기업이 376곳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중국 기업들은 전년 대비 투자액을 18.8% 늘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은 365곳으로 세계에서 3번째로 많았지만, R&D 투자액은 전년 대비 3.0%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들의 투자액은 1038억 유로로 전체의 14%를 차지했다. 미국에 이어 단일 국가로는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중국의 전체 R&D 투자액은 618억 유로로 아직 8% 수준에 그쳤다. 보고서는 “중국의 R&D 증가율은 가장 높았지만 전체 금액은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여전히 상대적으로 적다”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가 11.7%의 증가율로 가장 높았다. 이어 헬스와 ICT 제조업이 각각 6.9%와 6.8%였다. ICT 제조업체 가운데서는 삼성전자가 인텔과 화웨이를 제치고 세계에서 R&D 투자액이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는 2012년 5위에 처음 진입한 이래 6년 연속으로 세계에서 R&D 투자를 많이 한 ‘톱5’에 포함됐지만 순위는 2계단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2위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4위(122억 유로)에 머물렀다. 1위는 독일의 폴크스바겐(137억 유로)이 차지했고 2위는 미국 알파벳(129억 유로), 3위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124억 유로), 5위는 미국 인텔(121억 유로)이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R&D 투자 상위 10위 기업 중 5개가 미국 기업”이라며 “알파벳, MS, 인텔, 애플 등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이 미국 전체 R&D를 이끌고 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LG전자가 50위로 턱걸이했고 그 외 100위 내에는 현대자동차(77위)와 SK하이닉스(83위)만 포함됐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의 R&D 투자 수준이 대만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은 내년부터 대기업 대상 R&D 세액공제마저 줄어들 예정이라 R&D를 기반으로 한 미래 먹을거리 확보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