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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TC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땐 한국산 절반이상 감소”

입력 | 2017-12-12 03:00:00

“삼성-LG 물량, 월풀-GE로 이동… 월풀 공장 일자리 1300개 창출”
트럼프에 세이프가드 권고안 보고
철강 반덤핑 관세 예비판정 이어 美 보호무역주의 강화 조짐 비상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수입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적용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세탁기 수출 물량이 절반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이 한국산 강관의 유입을 막기 위해 반덤핑 관세를 결정하는 예비판정까지 내리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점차 강화되고 이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ITC는 4일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총 238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ITC가 월풀과 삼성 및 LG의 입장을 반영해 이번 권고안을 결정한 배경과, 권고안이 시행될 경우 자국 세탁기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망이 담겨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 ITC는 권고안을 적용할 경우 자국 기업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ITC는 “세탁기 수입 물량이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미국 세탁기 산업의 판매량, 매출, 영업이익이 2016년 대비 상당히 증가하고, 판매가격은 약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풀과 제너럴일렉트릭(GE)이 높아진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더 많은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ITC는 보고서에서 “월풀의 경우 오하이오주 클라이드시에 위치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생산공장에 1300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공장 설비에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월풀, GE 등이 생산 물량을 늘리면서 원자재 및 부품 생산 업체들도 함께 이익을 보게 되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연간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 중 세이프가드의 적용을 받는 것은 108만 대가량이다. 보고서대로라면 이 가운데 54만 대 안팎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사실상 미국에 수출하는 주요 전자업체는 두 회사뿐이어서 국내 기업들이 세이프가드의 피해를 고스란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철강업체들도 미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을 받아 수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 상무부는 10월 한국산 유정용강관(석유 시추용)에 최대 46%의 반덤핑 관세를 결정하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업체별로 보면 국내 최대 강관 수출업체인 넥스틸은 46.37%, 2위 세아제강은 6.66%의 반덤핑 관세가 결정됐다.

국내 강관업체들은 현재로서는 미국 내에서 에너지 개발 사업이 활발해 강관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스틸 등 일부 업체의 타격은 불가피하지만 반덤핑 관세로 완전히 수출 길이 막혔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는 후판과 선재 위주로 미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전체 물량은 100만 t 수준이다. 전체 생산량(3400만 t)에 비하면 일부에 그쳐 피해는 제한적일 수박에 없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무역확장법 232조가 발의될 경우 국내 철강재 수출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규제안이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철강을 겨냥해 이 법안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최종 조사 결과에 따라 한국산 철강재도 함께 지목될 수 있어 추가적인 수입제한조치 등이 시행될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가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강관 주력 판매 시장인 미국 수출 길마저 막힌다면 내년 철강 수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재희 jetti@donga.com·정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