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을 내거나 공동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어제 청와대가 밝혔다. 그 대신 양국은 회담 내용을 정리한 공동언론발표문을 내기로 했다. 역대 정부의 첫 방중에서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1994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장쩌민 주석 간의 정상회담 이후 처음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다자회의 때가 아닌 박 대통령의 첫 방중과 시진핑 주석의 방한 때 모두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지는 첫 국빈방문에서 공동성명을 내지 않기로 한 것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의 앙금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0월 31일 양국이 ‘한중 관계의 조속한 정상화’에 합의한 이후 한국은 사드 문제가 ‘봉인’됐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지속적으로 사드 추가 배치와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화를 하지 않겠다는 소위 ‘3불(不)’을 거론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9일 3불을 다시 언급한 데 이어 웨이웨이 중국인민외교학회 부회장도 어제 “사드 문제에 대한 철저한 해결 없이는 한중 관계의 회복은 없다”고 했다.
왕이는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아닌 단독 제재를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할지 모를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분석이다. 갈등이 있는 나라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국 입장을 강경하게 밝히거나 상대국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중국 외교의 전술 중 하나다. 하지만 양국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같은 행태는 회담 상대방을 무시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외교관례에도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