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운동회나 김장 담그기 행사를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아이들이 다 같이 했죠.”
부산의 A초교 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A초교 어린이집은 20년 전 이 학교 교직원 자녀를 위한 직장 어린이집으로 출발했다. 몇 년 뒤 병설 유치원까지 생기면서 ‘한 지붕 세 가족’이 됐다. 어린이집, 유치원이 같은 학교 울타리 안에 있다 보니 아이들은 나이는 달라도 한데 어울려 뛰어놀았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2006년 이후 사라졌다.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학교 측에서 예산 부족과 운영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부산시가 이를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전환하면서다. 어린이집 관리 운영 주체가 학교장에서 각 구로 바뀌었고, 학교장의 손에서 벗어난 학교 내 어린이집은 이때부터 ‘셋방살이’ 처지가 됐다.
교육은 교육부와 교육청, 보육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로 구분된 부처 칸막이가 학교 안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었다. 원래 지방자치단체는 학교와 3년마다 교실 무상임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일부 학교에선 계약 기간을 1년으로 단축했다. ‘계약 기간 중에라도 학교가 교실을 비워 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비워줘야 한다’는 조항을 넣은 곳도 있다. 철저히 ‘을’일 수밖에 없는 학교 안 어린이집 원장들은 학교장이 바뀔 때마다 노심초사해야 했다.
취재팀이 만난 학교 안 어린이집 원장들은 ‘학교와 어린이집이 공존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 당평초 어린이집 조미용 원장은 “학교장이 매사에 불안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며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학교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고 인사고과나 예산 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실에 맞게 교직원 자녀를 학교 안 어린이집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2006년 부산에서 직장 어린이집에서 국공립으로 전환된 뒤 공식적인 교직원 자녀 우선 배정권은 사라졌다.
다만 지금은 일부 어린이집이 구청과 협의해 해당 학교 교직원 자녀만 먼저 받고 있을 뿐이다. 인천 장도어린이집 김진숙 원장은 “인천시는 빈 교실 어린이집 정원 40%를 인천 초중고 교사·교직원 자녀에게 배정하다 보니 학교에서도 우호적인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