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 2]<21> ‘보행자 천국’ 변신하는 시드니
확 바뀐 조지스트리트 2년간 공사 후 10일 개통된 호주 시드니의 조지스트리트. 왕복 4차로 도로였던 이곳은 상습 차량 정체로 악명 높았지만(아래 사진) 차량 대신 트램을 설치하는 ‘라이트레일’ 사업 덕분에 보행자 천국으로 변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제공
○ 231년 만의 역사적 변화 맞는 시드니
마그 프렌더개스트 뉴사우스웨일즈주 교통관리실장이 지난달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즈주 교통부 청사에서 동아일보 취재진과 만나 ‘시드니 라이트 레일’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시드니=서형석기자 skytree08@donga.com
조지스트리트는 호주는 물론 오세아니아 최악의 교통정체로 악명 높았다. 시드니 외곽에서 CBD를 잇는 버스 대부분이 이곳을 지난다. 처음에는 환승 없이 한 번에 도심을 오가는 버스가 편했다. 하지만 노선이 증가하자 도심 교통난의 주범으로 전락했다. 1km 구간을 걷는 것이 버스를 탄 것보다 빨랐다. 차량이 꼬리를 물고 다니자 사람은 횡단보도 건너기조차 어려워졌다.
NSW주는 2015년 라이트레일 사업을 시작했다. 우선 CBD까지 한 번에 들어오던 버스 노선을 외곽에 마련한 주요 환승지까지 들어오게 바꿨다. 이 방식을 통해 출퇴근 시간 기준으로 시간당 버스 330대의 통행을 줄였다. 일반 차량의 통행 수요도 억제했다. 경찰과 공조해 CBD 내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했다.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위반 즉시 견인했다. 조지스트리트 일대의 주차장은 대부분 없앴다. 일부 남은 주차장은 허가받은 차량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차량을 갖고 CBD에 들어와도 주차를 할 수 없는 것이다.
○ 충분한 정보 제공으로 민간 참여 유도
지난달 22일 호주 시드니 조지스트리트 퀸빅토리아빌딩 앞 거리에서 왕복 4차로 차도를 막고 ‘시드니 라이트 레일’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 시드니=서형석기자 skytree08@donga.com
10일 마침내 전체 구간 중 조지스트리트 공사가 1차 마무리됐다. 아직 트램은 개통 전이지만 수많은 시드니 시민이 거리에 나왔다. 200여 년 만에 보행자가 거리의 주인이 된 것이다. 2년 뒤 전 구간 사업이 끝나면 지금보다 25% 많은 보행자가 CBD에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시드니 경제도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우 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도심을 과감하게 보행자 친화 공간으로 만들고 보행자 이동편의를 높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맞춘 건 도시 경쟁력 향상을 위한 최적의 선택이다”라고 평가했다.
프렌더개스트 실장은 “대규모 상업지구에 차량 통행을 전면 차단하는 건 매우 어려운 실험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시드니에 예정된 민간투자가 130억 호주달러(약 10조6850억 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앞으로 CBD 거리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으면 민간투자도 더욱 활성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시드니=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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