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수도 인정 후폭풍]중동 당사국 이해득실은 박민우 특파원 현지 취재
박민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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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은 이스라엘은 좋아도 내색하지 못하고 ‘표정관리’ 상태다. 이스라엘은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해준 트럼프가 고맙지만 당장 미국대사관이 예루살렘으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느꼈던 소외감을 어느 정도 보상받는 정도다. 환호할 이유도 없다. 팔레스타인을 자극할 경우 국제사회의 동정론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팔레스타인의 시위에 로키(low-key·조용히)로 대응하는 이유다.
팔레스타인은 ‘복잡미묘’한 상황이다. 팔레스타인 집권당 파타는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때지만 무력투쟁을 벌이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울고 싶은데 때마침 뺨을 맞은 무장정파 하마스는 존재감을 드러낼 적기라고 판단해 로켓포를 발사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생각만큼 반응하지 않고 있다.
최대 피해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는 ‘전전긍긍’하는 표정이다. 그는 왕위 계승을 앞두고 한창 핏줄들에 대한 숙청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우디 내부에서는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와하비즘) 세력이 미국에 강경 대응하라고 무함마드 왕세자를 거세게 압박할 것”이라며 “이스라엘 이슈가 무함마드의 왕위 계승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라이벌 이란은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란을 악당 정권으로 지목하고 핵협정 폐기를 시사해 왔다. 하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스라엘로 옮겨갔다.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악당의 출현에 ‘악당탈출’에 성공한 셈이다.
최근 러시아와 밀월관계인 터키는 미국에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은 ‘사태수습’에 나섰다. 미숙한 대통령이 대외정책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국무부와 국방부는 충분히 수습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미 막후에서 아랍 지도자들을 접촉해 달래기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 최후의 승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