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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이국종 교수의 외침

입력 | 2017-12-13 03:00:00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의 흥행을 계기로 공동경비구역(JSA·Joint Security Area)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JSA는 판문점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특수 지역으로 북측은 북한군이, 남측은 유엔군이 관할합니다. JSA는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냉전의 현장이며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는 곳입니다. 영화 속에서 JSA에 근무하는 남한과 북한 병사들은 이념과 우정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듭니다.

영화가 상영된 지 17년이 흐른 올해 11월 13일 북한군 병사가 JSA 내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했습니다. 북한군 오청성 씨(25)의 자유를 향한 목숨 건 탈주를 세계인이 지켜봤습니다. 뒤쫓아 온 북한 경계병들의 총격으로 오 씨는 치명상을 입습니다. 한 편의 영화라면 스릴이라도 있을 텐데 분단된 우리 땅에서 벌어진 아픈 현실입니다.

복부와 가슴 어깨 등에 총탄을 맞은 그는 헬기로 긴급 이송돼 두 차례의 대수술 끝에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이국종 교수(아주대·사진)입니다. 이 교수는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 중 6발의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 화제가 된 인물입니다.

분초를 다투는 이 교수의 수술 장면이 CNN 방송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수술 당시 오 씨는 과다 출혈과 장기 파열로 혈압이 거의 없는 쇼크 직전 상황이었습니다. 이 교수는 긴급 상황이라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할 여유도 없이 X레이 영상 하나만 보고 메스를 잡았고 혈액형을 검사할 시간조차 없어 O형 혈액을 긴급 수혈했다고 합니다. 총 1만2000cc나 되는 우리 국민의 피가 북한 병사의 몸속에 수혈됐습니다. 이념에 의해 수많은 사람이 희생돼 온 역사를 생각할 때, 이념을 초월해 사람 목숨 하나를 살리기 위한 의료진의 고군분투가 숭고합니다.

경기 남부권역 중증외상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이 교수. 한 외과 의사가 이토록 국내외의 이목을 끈 적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의 팀은 중증외상환자 수술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싸우는 동시에, 응급 의료 제도의 모순과 사회적 편견과도 싸우고 있습니다.

수술 상황 브리핑을 둘러싸고 국민의 알권리와 환자의 인권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지만 의사로서는 견디기 힘든 외적 논란들입니다. 교통사고 환자, 건설 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노동자, 총상 환자 등 생사를 넘나드는 중증 환자를 이송하는 헬기 소리를 참지 못하는 이웃 주민의 민원은 의사로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일 겁니다.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할수록 환자 1명당 250만 원가량의 적자가 누적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병원 입장에서는 중증외상센터를 기피할 수밖에 없겠지요. 의사의 꽃이 외과 의사라지만 열악한 근무 여건과 건강보험 체계 등 제도적 미비로 인해 중증외상센터에 지원하는 의사와 간호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증액된 예산에 ‘이국종 예산’이라는 이름을 붙인 언론 보도에도 불편한 기색을 보였습니다. 이제라도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예산 배분 및 운영이 사회 문제로 부각된 것은 다행입니다. 효율적이고 선진적인 운영 방안이 모색되기를 바랍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