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손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 혼동되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내일 봬요’다. 올바른 표기가 ‘뵈요(×)’인지 ‘봬요(○)’인지가 혼동되는 것이다. 예를 보자마자 비슷한 관계에 놓인 예가 떠오르길 기대한다. 맞춤법은 낱낱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비슷한 원리가 서로 관계를 이루는 다양한 예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되요(×), 돼요(○)’가 떠올랐다면 조금은 자부해도 좋다. 맞춤법 이해를 위한 관계 짓기 훈련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니까.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돼요’가 올바른 표기가 되는 이유도 함께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이 ‘돼요’에 대해 ‘맞춤법의 재발견3’에서 논한 바 있다.
그분을 뵈면 돌아가신 아버님이 생각난다.
어르신을 자주 뵈어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바로 질문이 나와야 한다. 여기서 ‘뵈다’는 ‘보다’로 바꿔야 되질 않느냐고. 좋은 질문이다. ‘그분을 보면’이나 ‘어르신을 자주 보아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문장은 된다. 하지만 예의 바른 것은 아니다. ‘그분’이나 ‘어르신’은 문장의 주어보다 높은 사람이다. 높은 사람에게는 ‘보다’를 쓰지 않고 ‘뵈다’를 써야 더 예의 바르다. 높임을 반영한 더 좋은 문장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더 나오면 좋겠다. ‘보는 상대’를 높이기 위한 말은 ‘뵙다’가 아닌가. 아주 멋진 질문이다. 단어들의 관계를 보는 멋진 한 걸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다’를 높이는 말에는 ‘뵙다’도 있다. 실은 ‘뵙다’에 ‘뵈다’보다 조금 더 높임의 의미가 들어 있다. ‘보다, 뵙다’의 관계는 ‘여쭈다’, ‘여쭙다’의 관계와 같다. 둘 다 질문을 듣는 상대를 높이지만 ‘여쭙다’가 ‘여쭈다’보다 조금 더 높다.
기본형 ‘뵈다’를 확인했으니 ‘뵈요(×)’가 왜 잘못된 표기인지를 설명하기가 쉬워졌다. ‘뵈요(×)’로 적는 것은 마치 ‘안 먹요(×)’라 적은 것과 같다. ‘먹어요’에서 ‘-어’가 있어야만 우리말인 것처럼 ‘뵈-’에도 ‘-어’가 있어야만 올바른 우리말이 된다. ‘봬요’는 이 ‘뵈어요’의 준말이다. 손전화의 문자는 구어를 그대로 반영하는 일이 많다. 구어에서는 준말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니 ‘봬요’가 훨씬 더 많이 쓰이는 것이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