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민호-롯데 손아섭(오른쪽).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13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서 재회한 롯데 외야수 손아섭(29)과 삼성 포수 강민호(32)가 변함없는 입담을 자랑했다. 내년부터는 동료가 아닌 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둘 사이에는 어떤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손아섭과 강민호는 나란히 올 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다. 강민호는 4년 총액 80억원에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고, 손아섭은 4년 총액 98억원에 롯데 잔류를 택했다. 롯데의 핵심타자였던 둘이 각기 다른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 것이다. 취재진에 둘러싸여 인터뷰를 하던 손아섭은 강민호를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손아섭은 강민호를 가리키며 “민호 형이 떠나 아쉬움이 크지만, 형의 유니폼 판매 지분이 내게 어느 정도 오지 않겠냐”고 넌지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민호가 롯데의 최고 인기선수 중 한명이었음을 보여준 한마디였다.
환하게 웃으며 화답한 강민호는 “지금부터 (손)아섭이를 어떻게 상대할지 볼배합을 생각해야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손아섭은 곧바로 “안 봐도 몸쪽 직구가 들어올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은 만큼 강민호의 볼배합을 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강민호는 손아섭에게 “옷을 보니 수상자 느낌”이라고 했고, 손아섭은 “수상 확률 100%인 사람(강민호)이 왔다”며 “나는 이렇게 차려입고 왔는데, 상 못 받으면 집에도 못 간다”고 말하며 유쾌하게 웃었다. 다행히도 강민호와 손아섭 두 명 모두 수상에 성공한 덕분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상식장을 나설 수 있었다. 강민호는 “롯데 팬들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은퇴할 때까지 팬들의 사랑 잊지 않겠다”고 친정팀 팬들에 대한 감사함을 내비쳤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