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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내친구] 차유람 “필라테스는 완벽한 재활 운동…엄마들에게 강추”

입력 | 2017-12-14 05:45:00

차유람은 당구 선수 시절 시작한 필라테스를 통해 재활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현재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내년 대학원에 진학해 재활에 대한 배움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민성 기자 | marineboy@donga.com


■ ‘당구여신’에서 ‘필라테스 전도사’로 차 유 람

당구로… 육아로… 망가져버린 척추·어깨
필라테스로 통증 감소 효과…몸균형은 덤
올해부터 지도자 과정…재활공부 첫 걸음
아이들에게 항상 빛나는 엄마가 되고싶다

한국 당구를 대표하는 차유람(30)은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중이다.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 또 차유람으로서의 또 다른 미래를 차근차근 그려 나가고 있다. ‘평생 함께할 운동’이 된 필라테스는 가로 100, 세로 50인치의 작은 직사각형을 쏘아보던 차유람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이끌어줬다. 화려하진 않아도 온화하게 빛나는 삶이다.

차유람. 김민성 기자 | marineboy@donga.com


●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오로지 정상만을 바라봐야하는 삶은 선수에게 숙명이나 다름없다. 때론 성적에 매달려 몸이 망가지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차유람도 그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당구를 시작해 스무 살엔 척추 측만증 진단을 받았고, 이어 어깨까지 나빠져 주사를 맞으며 경기를 치르기 일쑤였다.

당시엔 부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조차 인식하기 어려웠다. 왼손잡이인 그는 종종 병원으로부터 ‘한 시간씩만이라도 오른손으로 당구를 치는 반대 운동을 하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시간이 아까워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그는 “공을 하나라도 더 칠 욕심에 스트레칭을 비롯한 훈련 전후의 운동을 게을리 했다. 당구가 비틀고 엎드리는 동작이다 보니 척추가 계속 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결국 과부하가 걸렸고, 몸이 망가졌다. 그러던 중 필라테스를 접하게 됐다. 코어 근육 강화를 핵심으로 삼는 필라테스는 근래 들어 몸매 관리를 위한 운동으로도 각광받고 있는데, 사실 재활을 목적으로 본 훈련과 필라테스를 겸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차유람 역시 여러 부위의 통증을 필라테스를 통해 조금이라도 완화시키고자 했다.

다행히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미 휘어버린 뼈를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었지만 주변 근육들을 강화시키니 몸의 균형이 잡혔고 통증도 줄었다. 시합을 앞두곤 호텔에서 홀로 몇 가지 동작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차유람은 필라테스를 두고 “몸매는 그냥 따라오는 것일 뿐 완전한 재활 운동”이라고 단언한다. 한편으론 “후배들은 나와 같은 수순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방 차원에서라도 균형 잡힌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꼭 필라테스가 아니라도 좋다”고 강조했다.

차유람. 김민성 기자 | marineboy@donga.com


● 배움의 길목에 서서

차유람은 2015년 결혼과 출산으로 자연스레 큐를 내려놓았지만 필라테스는 “평생 함께 해야 할 운동”으로 그의 곁에 남았다. 첫째 딸 한나를 키우며 운동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느낀 까닭이다. 12kg이 넘는 아이를 매일 안고 들어 올리다 보니 어깨며 손목, 무릎까지 성한 데가 없다. 이젠 회복도 더뎌 마음이 쓰리다. 그는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재활 운동은 엄마들에게 꼭 필요한 운동”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직업병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도 운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니 목 디스크, 손목 터널 증후군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차유람은 “사실 재활이라는 것이 엘리트 선수들에게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부상에 노출되어 있더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재활에 대한 본격적인 배움의 단계에 발을 내딛었다. 차유람은 올해부터 ‘필라테스더밸런스’에서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는데 기본적인 이론부터 동작, 해부학 등을 두루 배우고 있다. 이를 발판 삼아 내년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재활에 관한 지식을 한 층 더 넓힐 계획이다. 그는 “필라테스는 재활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공부를 하면서 계속 부족한 걸 느끼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끊임없이 생긴다”며 즐거워했다.

차유람. 김민성 기자 | marineboy@donga.com


● 빛나는 오늘을 살 것

차유람의 선수시절은 화려했다.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스포츠 스타로 ‘당구 여신’이라는 칭호가 늘 따라붙었다. 한 때 당구 붐업이 일었던 것 역시 그의 공이 컸다. 피나는 노력 끝에 최정상의 자리도 밟아봤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만을 떠올리며 그에 얽매어 있는 사람으로 남긴 싫다. 대신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다.

여느 엄마들이 그렇듯 차유람 인생의 중심 역시 아이에게로 옮겨졌다. 최근엔 ‘콩콩이’란 애칭의 둘째 아이가 생겼다. 이제 임신 2개월 차다. 서서히 불러갈 배를 보며 ‘엄마’로서의 책임감도 커질 테다. 그는 “아이에게 ‘엄마가 왕년에 잘 나갔고, 세계대회에서 우승도 했어’라며 과거의 이야기만 한다면 좀 비참할 것 같다”며 “아이가 지금의 엄마를 봤을 때 인지도가 높고, 잘 나가는 게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계속 하고 있고, 행복하고, 빛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작가인 남편의 영향으로 책을 좋아하게 된 차유람은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 사회생활, 결혼, 육아의 과정에서 설 곳을 잃는 현대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이 책을 두고 “모든 여자들의 고민인 것 같다”고 공감했다. 엄마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그 역시 “나도 나의 미래를 아직 잘 모르겠다. 하나하나 다시 단계를 밟아나갈 뿐”이라고 했다. 그가 지난 자리에 별빛이 내려앉았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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