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조건없는 만남’ 北에 제안
‘화성-15형’ 개발 유공자 포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2일 제8차 군수공업대회에 참석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등 전략무기 개발 유공자들을 포상하며 격려하고 있다. 북한이 과거부터 열어온 군수공업대회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 외교안보 라인에서 이처럼 강한 북한과의 대화 시그널이 나온 건 처음이라는 점에서 북-미 간 교감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틸러슨 장관은 “그냥 만나자. 원하면 날씨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며 “우리는 협상 테이블이 네모인지 원형인지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도 있다”고 상세하게 밝혔다. 사실상 무조건적인 대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핵동결로 대화의 문을 연 뒤 핵폐기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해법에 비해서도 훨씬 완화된 제안이다. 앞서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12일 평양을 떠나 중국 베이징에 도착한 뒤 공항에서 ‘미국과 직접 대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건이 갖춰지면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화성-15형’ 개발 유공자 포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2일 제8차 군수공업대회에 참석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등 전략무기 개발 유공자들을 포상하며 격려하고 있다. 북한이 과거부터 열어온 군수공업대회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빚으며 경질설이 끊이지 않는 틸러슨 장관이 대통령과의 교감 없이 개인적인 소신을 피력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청와대도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도한 의미 부여보다는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의 방북과 함께 조금은 더 좋은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바뀌지 않았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시간 끌기용 ‘대화를 위한 대화’가 반복될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 안보소장은 “미국 정부는 2001년에도 콜린 파월 당시 국무장관이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었다”며 “실제 대화를 통해 험난한 난제들을 풀지 못하고 성과도 얻지 못하면 이런 외교행위는 단지 협상의 한 조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이세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