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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줄고 학교 늘었는데… 전국 초등교 빈교실 934개뿐?

입력 | 2017-12-14 03:00:00

[학교안 어린이집 공존을 향해]<3> 유휴교실 파악 손놓은 교육부




《‘934개.’ 교육부가 올해 17개 시도교육청을 통해 조사한 전국 초등학교 빈 교실 숫자다. 계속 줄어온 초등학생 수, 늘어난 학교 수를 감안하면 예상보다 작은 숫자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2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국공립유치원 이용률 40%를 달성하기 위해 초등학교 빈 교실이 생기면 병설유치원 600여 개를 만들어야 한다”며 “여유가 많다면 어린이집을 유치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학교 안 어린이집으로 활용할 빈 교실이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그럴까. 》



13일 서울 종로구 한 초등학교에서 가방을 멘 학생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서울 구도심 학교는 ‘도심 공동화’로 학생 수가 줄어들어 통폐합 위기에 처해 있다. 교육당국이 빈 교실 실태 조사를 통해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교육부, 빈 교실 통계 오락가락

교육부가 집계한 빈 교실 숫자는 학교 응답에 따라 달라지는 ‘고무줄 통계’에 가깝다. 교육부가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시도 유휴교실 현황’(7월 기준)에 따르면 초중고교 빈 교실은 6162개였다. 초등학교 빈 교실만 따로 집계하진 않았으나 교육부가 밝힌 초등 빈 교실(934개)의 6.6배나 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 초등학교 빈 교실 숫자는 86개로 기존에 밝힌 27개와는 차이가 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유휴교실을 ‘앞으로 사용 계획 없는 교실’로 정의한 뒤 집계한 수치는 27개가 맞다”고 말했다. 빈 교실 숫자가 186개로 가장 많았던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 초등학교 빈 교실이 55개라고 보고했다. 이 가운데 방과후교실로 사용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부실한 통계를 바탕으로 교육부는 ‘빈 교실이 없다’고 주장해 온 셈이다.

빈 교실의 정의도 명확하지 않다. 방과후에만 사용하거나 자료나 짐을 쌓아놓은 곳도 빈 교실인지, 1년 뒤 사용할 교실도 빈 교실인지 연구마다, 통계마다 각각 다르다. 빈 교실 활용이 달갑지 않은 학교는 가능하면 보수적으로 집계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부터 학생 수가 200명 미만으로 통폐합 위기에 놓인 구도심 학교 8곳을 대상으로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을 벌여 왔다. 이 가운데 학급당 학생 수가 9.7명으로 전국 평균(23.4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학교도, 빈 교실을 활용해 학교 역사관을 지은 학교도 있다. 당연히 빈 교실이 있을 법한 이들 작은 학교 역시 빈 교실 학교 명단에 1곳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초중고교 빈 교실 현황 파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영모 한양대 교육복지정책중점연구소 교수는 “저출산 관련 정책을 주도하는 정부가 유휴교실 현황도 체계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해결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일본은 출산율 1.57 쇼크 이후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가 지역사회에 교문을 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교육계 “정책 급변해 교실 수요 예상 어려워”

반면 교육계에선 학급당 인원수가 꾸준히 줄었고 방과후교실, 돌봄교실 등 빈 교실 수요가 급격히 늘어 빈 교실이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과과정 개편 및 정책 변화에 따른 추가 교실 수요는 꾸준히 발생한다”며 “어린이집뿐 아니라 병설유치원 확대를 위한 빈 교실 발굴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녹록지 않다는 설명이다.

어린이집 터 매입비용이 가장 비싼 서울 초등학교 603곳 가운데 빈 교실이 있다고 응답한 학교는 고작 5곳(27개 교실)이었다. 이들 학교조차 “학교 안 어린이집으로 쓸 교실은 없다”고 밝혔다. “교실이 부족해 방과후수업에 일반교실을 내주고 있다”(서울 관악구 A초교), “지하교실 6개가 남았는데 3칸은 합쳐서 다목적실을 만들었다”(서울 관악구 B초교), “병설유치원이 예정돼 있다”(서울 영등포구 C초교) 등 앞으로 사용 계획이 있다는 얘기였다.

“재개발로 잠시 빈 교실이 발생했으나 1, 2년 뒤 입주가 시작되면 교실이 부족하다”(서울 마포구 D초교), “인근 아파트 재개발로 내년 3월에 휴교를 한다”(서울 강동구 E초교) 등 일시적인 빈 교실이라고도 했다.

이러다 보니 학교장들이 학교를 지역사회 공공자산이 아닌 학교 구성원만을 위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당 관계자는 “지역구 초등학교에 병설유치원 수요를 조사했더니 유치원이 필요하다는 학교가 1곳도 없었다”며 “지역구민들은 국공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늘려 달라고 아우성인데 정작 교장들은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방과후교실, 돌봄교실 등 중앙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며 시도교육청에 예산을 전가하고 학교는 행정부담을 오롯이 지게 된 ‘트라우마’라고 반박한다. 한 교장은 “학교가 국가 소유라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병설유치원이 들어왔더니 행정실은 학교 2개를 관리하는 셈이고, 영양·보건교사 업무가 2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빈 교실 이용방안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국 초등학생 수는 2000년 401만 명에서 2010년 329만 명으로 10년 동안 72만 명이나 줄었고, 2011년부터는 매년 수만 명씩 줄어 올해 267만 명이었다. 반면 학교와 교실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접근성이 뛰어난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학교에서 앞으로 빈 교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경임 woohaha@donga.com·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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