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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국당 “대법원장 권한 축소해야”… 김명수표 개혁 제동건다

입력 | 2017-12-14 03:00:00

사법개혁추진단 곧 출범




새 원내사령탑을 선출한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사법부와 헌법재판소, 법무·검찰, 변호사단체의 정치적인 중립성을 확보하고, 법조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당 차원의 ‘사법개혁추진단’(이하 개혁추진단)을 곧 구성하기로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에 제동을 걸고, 적폐청산 드라이브의 최전선에 선 법무·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13일 한국당에 따르면 사법개혁 안건을 논의할 기구로 당 차원의 개혁추진단이 출범한다. 개혁추진단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공동단장을 맡아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각 분야 전문가를 포함한 외부인사 15명 안팎으로 꾸려진다. 개혁추진단에서 추진하는 안건은 당론으로 확정해 법안 발의와 심사, 통과 등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주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원, 검찰 등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국민을 위한 사법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한 개혁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당 기구 설립을 홍준표 대표가 약속했다”고 말했다.

개혁추진단은 우선 제왕적 권한을 가진 대법원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그 대신 국민 참여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사법부 개혁 방안을 구체화하는 법률 개정안 10여 건을 이미 추린 상태다.

대법원장이 전적으로 행사해온 법관 인사권의 대부분을 다수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법관인사위원회에서 사실상 의결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 구성의 다양화도 주요 의제 중 하나다. 현행 법원조직법상 법조인이 아닌 위원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대법원장이 변호사 자격이 없는 외부인사 3인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 1인 등 비당연직 4명의 임명권을 모두 갖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게 비법률가 참여를 확대하고, 대법원장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법관과 비슷한 지위를 갖는 헌법재판관의 추천위원회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몫 헌법재판관 각각 3명의 인사 때마다 정치적인 편향성 논란이 있었던 것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대법관추천위원회와 같은 헌법재판관추천위원회를 도입하자는 취지다.

중장기적으로 개혁추진단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등 법무·검찰 개혁 안건도 논의할 계획이다.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수처장의 국회 임명동의 조건을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높이고, 검찰총장의 임기도 현행 2년에서 3, 4년으로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위한 법률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전관예우 근절 등 변호사 업계 개혁방안도 안건에 포함하기로 했다. 전관예우 등 법조비리를 없애기 위해 당사자 실명과 주소 등을 익명 처리 후 확정된 판결문을 모두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보수야당의 첫 타깃이 된 법원 내부에서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김 대법원장의 개혁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한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 구성원들끼리 갈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국회 차원에서 벌어지는 사법개혁 논의를 막을 방법이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배석준 eulius@donga.com·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