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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부동산 중개’도 제동

입력 | 2017-12-14 03:00:00

서울고법, 1심 무죄판결 뒤집어… ‘자격증 없이 수수료’ 벌금 500만원
변호사업계 ‘세무사 박탈’이어 충격




변호사 업계의 불황을 피해 부동산 중개업 시장을 넘보는 변호사들의 움직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13일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승배 변호사(46·사법연수원 28기)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국민참여재판을 열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공 변호사는 ‘트러스트 부동산’이라는 업체를 설립해 지난해 1월부터 부동산 관련 법률서비스를 제공했다. 일반 부동산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법률 자문료’라는 이름으로 기존 공인중개사보다 낮은 수수료를 받고 공격적인 영업을 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공 변호사가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불법으로 부동산 중개를 했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공 변호사는 “부동산 중개 행위를 무료로 제공하고 법률사무에 대해서만 보수를 받았으므로 무등록 중개업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고 중개수수료를 받은 혐의와 인터넷에 ‘트러스트 부동산’ 이름으로 각종 광고를 한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공 변호사가 낮은 수수료를 받아 중개 의뢰인들에게 이익을 준 측면도 있지만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데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재판이 끝난 직후 공 변호사 측은 즉각 상고할 뜻을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번 판결로 국민들이 부동산 거래에서 법률 전문지식이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게 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8일 국회에서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돼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규정이 폐지된 데 이어 이날 판결로 부동산 중개까지 못하게 될 상황에 처하자 변호사업계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변리사와 행정사, 노무사 등 특정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직역과도 비슷한 분쟁을 겪으며 업무영역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한변협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 인근에서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이 참여하는 세무사법 개정 항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