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하이장의 생돼지김치찌개. 석창인 씨 제공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그런데 김치찌개는 약간 고약합니다. 바로 냄새 때문인데 식사 후에 양치질을 하더라도 오래 잔향이 남습니다. 오후에 환자를 진료하면서 그분이 점심 때 무슨 음식을 드셨을까 마치 탐정이 된 듯 추리하는 버릇이 직업병처럼 생겼습니다.
그중에도 김치찌개와 불고기는 냄새가 매우 강렬한데, 두 음식 모두 마늘이 들어간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깟 냄새 때문에 김치찌개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어머니를 기억 저편에서 모셔오는 음식이고, 고향을 떠난 이들에겐 향수를 달래주는 음식인 데다, 이미 우리들의 정서적 혈관에는 김치찌개 국물이 혈액처럼 도도하게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분이 말씀하시길 우리나라의 김치찌개 맛은 어머니 수만큼 많다고 하셨는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저희 어렸을 적엔 김장김치 하나로 기나긴 엄동설한을 버텼고, 봄은 왔지만 신선한 야채가 나오기 전, ‘반찬 보릿고개’가 되면 이미 시어버릴 대로 시어버린 김치 하나로 어머니가 뚝딱 만들어주신 그런 음식이었습니다.
요즘은 멸치만 둥둥 떠다니는 김치찌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최소한 돼지고기 삼겹살이나 목살 등에 두부까지 들어갑니다. 돼지고기뿐 아니라 참치, 고등어, 꽁치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지요. 그 외에도 곰삭은 묵은지를 쓰느냐 아니면 단기간에 숙성시킨 익은지를 쓰느냐, 육수는 또 어떤 종류로 쓰느냐 등 찌개 스타일을 따지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평소 외국에 갔다가 공항에 도착하면 여독을 풀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해 달라고 전화를 겁니다. 메뉴를 말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인지, 식탁 위에는 김치찌개가 모락모락 김을 뿜으며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 하이장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월드컵로 179번길 6. 031-216-5239. 생돼지김치찌개 7000원
○ 굴다리식당 서울 마포구 새창로 8-1. 02-712-0066. 김치찌개 8000원
○ 현대정육식당 서울 강남구 선릉로 146길 5. 02-540-7205. 김치찌개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