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기 전 부모님이 옷장 문을 열고 멋있게 변신하는 모습은 마치 TV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변신 장면처럼 보였다. 부모님이 없을 때면 몰래 옷장을 열어보곤 했다. 몇 벌밖에 없는 옷장을 열고 눈으로 옷들을 훑고, 옷걸이에 걸린 옷들을 손으로 하나하나 만져봤다.
부모님의 체취는 물론이고 온기도 그대로 남아있는 듯했다. “어른이 되면 꼭 부모님 옷을 입어 봐야지”라고 다짐했다. 그 뒤 부모님이 옷에 무언가를 묻혀 오거나 단추가 뜯어지면 내 옷이 상한 것처럼 우울해지곤 했다.
불현듯 어렸을 때 옷장에서 보았던 아버지의 ‘갈색 체크무늬 코트’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깊게 나프탈렌 냄새가 배고, 소매와 옷깃도 낡아 버렸을 테지만 매서운 한겨울 부모님의 따뜻함이 입고 싶어졌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