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접수 19만건 분석해보니
○ 전국 순찰 요청 사유 1위, 청소년
동아일보가 경찰청이 전국에서 접수한 순찰 요청 19만748건을 분석해 보니 주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요인 1위는 청소년이었다. 이는 주민밀착형 탄력순찰제를 통해 확보한 국민의 목소리를 분석한 결과다. 경찰청은 올 10월부터 시민이 온·오프라인으로 순찰해 달라고 요청하는 장소를 현장에 적용하는 주민밀착형 탄력순찰제를 시행했다. 주민이 순찰을 요청하며 제시한 사유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모두 취합해 많이 언급된 키워드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분석했다.
청소년이 가장 많이 나온 것은 그만큼 일상에서 주민들이 청소년을 두려운 존재로 느낀다는 뜻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청소년에 이어 범죄 절도 교통사고 비행(非行) 주택 주취자 농산물 골목 빈집 등이 불안 요인으로 꼽혔다. 서한겨레 경찰청 범죄예방정책과 경위는 “농산물이 상위에 오른 것은 농산물을 훔쳐갈까 걱정하는 농가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만748건을 전국 법정동(法定洞·2만541곳)별로 분석한 결과 요청 건수 1위는 서울 광진구 중곡동(6445건)이었다. 주민들은 어두운 골목, 청소년 비행, 주취자, 외국인 등을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2위는 관악구 신림동, 3위는 광진구 자양동 등 모두 유흥가가 있는 곳이었다. 순찰 요청 상위 9위까지 모두 서울이었다.
서울 지역 상위 10개 동의 순찰 요청 사유에도 청소년은 상위에 들었다. 중국동포가 많이 사는 영등포구 대림동(7위·1909건)에서는 ‘외국인 행패’라는 키워드가 가장 많이 추출됐다. 유흥가가 많은 신림동은 시비 폭행 노숙 등이 꼽혔다. 서울과 경기를 잇는 지하철 2·4호선 환승역인 사당역이 있는 동작구 사당동은 ‘출퇴근’이 주요 키워드였다. 출퇴근길에 벌어질 수 있는 범죄나 사고를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경찰청 관계자는 “순찰 요청이 많은 지역이라고 반드시 치안이 불안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 요청 많을수록 효과도 커져
주민들이 순찰을 바라는 요청이 많을수록 탄력순찰제 효과는 극대화된다. 요청이 많으면 민의가 더 정확히 파악돼 효율적으로 순찰할 수 있다. 경찰은 주민 요청과 112 신고 내용을 비교 분석해 순찰 우선순위를 정한다.
경찰은 전국 주민센터와 역, 광장 등 인구 밀집지역에 대형 지도를 걸고 순찰 요청 지역에 스티커를 붙이도록 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 장기적으로는 온라인으로 요청하는 방식이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경찰은 본다.
순찰을 원하는 지역이 있다면 경찰청 홈페이지 순찰신문고(patrol.police.go.kr)에 들어가 지도에서 해당 지점을 클릭하면 된다. 이충호 경찰청 범죄예방정책과장은 “탄력순찰제는 주민과 경찰이 협력해 예방 치안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적극적으로 순찰 요청을 해달라”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