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가정보원장들이 특수활동비 유용으로 구속됐음에도 예산을 책임진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은 구속을 면했다. 장시호 씨는 뜯어낸 기업 돈으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을 주도했다. 이런 장 씨에 대해 검찰은 구속을 면해주고 겨우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그러자 법원은 구형보다 무려 1년이 많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까지 했다. 법원의 중형 선고는 플리바기닝에 대한 경고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 형사사건의 90%가량이 재판 없이 피고인이 유죄 인정을 하는 대신 형량을 감면받는 플리바기닝으로 종결된다. 플리바기닝은 배심제의 사생아라는 말이 있다. 배심 재판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 배심원이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형사사건이 많아지면서 플리바기닝이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플리바기닝은 판사 앞에서 피고인의 의사가 자발적인지, 사실관계가 뒷받침되는지 확인한 후에 인정된다. 이 과정에서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할 범죄사실, 검찰이 불기소할 범죄사실이 밝혀진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