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측 한국 기자 폭행 사건 살펴보니
귀국한 기자들… 곧장 병원으로 이송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중을 취재하던 중 중국인 경호원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한국 사진기자들이 15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이들은 곧바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에 들어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사건의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중(反中) 기류 확산과 함께 여권 일각과 문 대통령 일부 지지층에선 기자들을 폄훼하며 폭행 사건의 책임을 기자들에게 돌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에는 ‘해외순방 기자단 해체 요구’ 등의 글이 잇따랐다. 실제로 기자들의 무리한 취재에 따른 사고였는지, 당시 경호와 중국 공안의 책임은 없었는지 등을 점검해 본다.
①무리한 취재가 원인?=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폭력을 써서라도 일단 막고 보는 게 경호원의 정당방위”라며 기자들의 무리한 행동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들 사진기자 4명은 문 대통령이 도착하기 이미 한 시간 전 행사장인 베이징 ‘국제회의중심’에 도착해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경호팀과 취재 위치를 조율했다.
물론 행사장 내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대통령 안전에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면 취재를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측 경호원들은 사진기자들과 동행하던 청와대 직원들이 신분을 밝히며 기자들이 취재할 수 있도록 요구했는데도 이를 제지하고 폭행을 했다.
②폭행 당시 한국 경호팀은 어디에?=행사장에는 중국 측 공안, 경호원과 함께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 경호원 15명이 사진기자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는데도 한국 경호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호팀은 대통령 동선 곳곳에 배치된다. 경호처 관계자는 “이미 다른 전시장으로 이동한 문 대통령을 근접 경호하는 과정에서 대응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기자에 대한 보호는 경호처 책임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대통령 경호처는 7월 경호구역 내 일반 시민에 대한 보호 의무를 명확히 하는 내용으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하지만 중국 보안업체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폭행이라고 할 수는 없다. 모두가 서로 밀치는 과정이었다”며 폭행 자체를 부인했다.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가해자가 해당 업체 직원인 것을 확인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자료는 지금 갖고 있지 않다. 우리 잘못이면 책임지겠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모른다”고 했다.
이 업체는 공안 연루 가능성에 대해선 “불확실하다. 현장이 매우 혼란스러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현재로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베이징=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