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안 곤살레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10월 25일(한국시간) LA 다저스-휴스턴의 월드시리즈 1차전이 열리기 직전, LA 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매체들은 경기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한 건의 기사를 앞 다퉈 보도했다. 29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오른 다저스의 전력을 분석하고 우승에 필요한 요인들을 짚어가던 시점에선 다소 생뚱맞은 내용이었다. 요지는 ‘다저스 클럽하우스의 리더인 아드리안 곤살레스가 월드시리즈를 치르는 팀에 합류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휴가를 떠났다’였다.
그로부터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17일, 충격적인 4대1 트레이드가 메이저리그를 강타했다. 다저스가 베테랑 1루수 곤살레스(35)를 비롯해 좌완투수 스콧 카즈미어(33), 우완투수 브랜든 매카시(34), 유격수 찰리 컬버슨(28)을 애틀랜타로 보내는 대신 과거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외야수 맷 켐프(33)를 복귀시켰다. 애틀랜타는 트레이드 성사 직후 곤살레스를 지명양도함으로써 사실상 방출했다. 이제 곤살레스는 프리에이전트(FA) 신분을 얻어 새 팀을 찾아야 한다.
이번 트레이드의 목적은 분명하다. 통상적인 전력보강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즉각적으로 커다란 파장도 낳고 있다. 미국 매체들은 일제히 ‘다저스가 페이롤을 줄이기 위해 고액연봉자인 곤살레스, 카즈미어, 매카시를 한꺼번에 처분했다’고 지적했다. 다저스가 애틀랜타를 지렛대로 삼아 대대적으로 고액연봉자 정리에 나선 것이다.
내년 연봉이 2236만달러인 곤살레스, 1767만달러인 카즈미어, 1150만달러인 매카시를 내보낸 덕분에 다저스는 단숨에 5153만달러의 연봉부담을 덜었다. 사치세(luxury tax) 부과기준인 1억9700만달러 아래로 연봉 총액을 낮출 수 있는 결정적 발판을 확보했다. 올해 다저스의 연봉 총액은 2억6510만달러로, 뉴욕 양키스(2억245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어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다. 미국 매체들은 다저스가 내년부터 2년간 4300만 달러가 남은 켐프도 이적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행간에 주목한다면, 이번 트레이드는 또 다른 여운을 진하게 풍긴다. 한때 다저스를 상징했던 곤살레스에 대한 가차 없는 처분이다. 미국 매체들의 표현대로 ‘클럽하우스의 리더’였다. 올해 자질구레한 부상에 시달리기 전까지는 빅리그 데뷔 이후 줄곧 내구성에서도 A학점을 받았던 곤살레스다. 올해는 코디 벨린저라는 슈퍼 루키에게 밀렸지만, 내년 일은 아무도 모른다.
그런 곤살레스를 다저스가 상호 전력보강을 위한 트레이드가 아닌 상당히 이례적인 트레이드의 매물로 끼워서 방출했다. ‘메이저리그는 비즈니스다’라는 냉정한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파격적이다. 공교롭게 10월 25일 ‘곤살레스의 이상한 휴가’를 언급할 때부터 일부 매체는 ‘시즌 후 곤살레스의 거취’를 언급했다.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예사롭지 않은 행동으로 구설에 올랐다가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신분을 얻은 곤살레스의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