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상의, 中최대 기업연합체와 손잡아… “양국 경협 재가속”

입력 | 2017-12-18 03:00:00

‘한중 고위급 기업인 대화’ 내년 가동




한국과 중국의 경제단체 대표, 대기업 총수급 고위 기업인, 경제 전문가들이 내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만나 경제현안을 논의하며 손을 잡기로 해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쩡페이옌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이사장, 장샤오창 CCIEE 부이사장, 웨이잔궈 CCIEE 부이사장이 협약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기간에 한국과 중국이 함께 만들기로 약속한 한중 고위급 기업인 대화가 재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해소뿐만 아니라 양국 경제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가 14일 업무협약을 맺은 한중 고위급 기업인 대화는 내년에 가동된다. 총 28명으로 구성될 이 협의체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SK 회장, 쩡페이옌(曾培炎) CCIEE 이사장의 참여가 거의 확정적이고 나머지 25명은 내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중국 현지에서 열린 업무협약 체결식에 한국 기업인을 대표해 참석했으며 이번 협의체 출범에도 산파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가 기대를 거는 이유는 모임의 성격 때문이다. 그간 한국과 중국 정치·경제계 모임이나 회동은 정부 간 또는 민간기업 간 만남의 성격이 짙었다. 이 때문에 양국 기업인들이 모여 나눈 이야기나 의제들이 정부에는 전달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반대로 정부 인사 간 접촉에서는 기업들의 실질적인 고충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출범한 협의체는 양국 재계에서 일명 ‘트랙(Track)1.5’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트랙1이 정부 간의 대화, 트랙2가 기업 간의 대화라면 이 협의체는 그 중간 성격이라는 것이다. 기업인뿐만 아니라 정부의 경제정책을 집행했던 전직 관료와 전문가 그룹이 합세했다는 점에서 이같이 분류됐다.

CCIEE는 한국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중국 최대의 기업 연합체 성격의 단체다. 2009년 중국 정부가 주도해 만들었고 경제, 외교 분야의 최고 브레인이 모였다. CCIEE 수장인 쩡 이사장은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국무원 부총리 등을 거친 민간외교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중국에서는 ‘최고의 경제 관리자’로 통한다. 페트로차이나, 시노켐, 캠차이나 등 중국의 국영기업과 민간기업 300여 곳이 CCIEE 회원이다.

CCIEE는 이미 미국, 일본, 유럽연합(EU)과 트랙1.5 채널을 운영해 오고 있다. 2011년부터 미국과 구축해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토머스 도너휴 미국 상의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과 워싱턴을 오가며 열린 회의에서 참석 회원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리커창 중국 총리,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 등을 접견해 무역·통상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채널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철폐 논의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본과는 2015년 11월 도쿄에서 처음 회의를 연 뒤 2차 회의까지 이어졌다.

일본 측에선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 등이 참석했고, 중국 측은 중국은행, 페트로차이나 등이 참석해 무역, 투자, 금융 등의 이슈를 논의했다. 회의 멤버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만나기도 했다. EU와는 올해 9월 처음 교류를 시작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관반민(半官半民) 형태의 트랙1.5는 정치적 환경 변화에도 경색되지 않고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협의체 구성에 다양한 중국 전문가가 참여한다면 양국 경제협력의 수준과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