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옛 모습 알기’
파리만큼 세계에서 도시와 거리에 대해 연구한 책들이 많은 곳도 없을 듯싶다. 파리의 중심 2구 실내 파사주 안에 있던 한 고서적 판매 서점에서는 파리 1구부터 20구까지 각 구마다 한 권씩 ‘거리의 기억’이라는 제목으로 1900년부터 1940년까지 거리명과 함께 당시 사진이 담긴 책을 팔고 있었다.
현재 살고 있는 파리 15구 책을 펴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진마다 적힌 거리명과 번지를 보면 우리 집, 집 앞 빵집, 그 옆 교차로까지 100년 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정확히 그대로 알 수 있었다.
이 책에 따르면 루이 16세, 즉 18세기까지 파리의 길은 차가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좁았고,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 비만 오면 진흙으로 엉망진창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1805년에 되어서야 보행자용 인도가 나오기 시작했고, 거리에 가스로 채운 가로등이 나온 건 1829년 이후였다.
파리의 크기는 105km²로 서울의 6분의 1 수준이다. 센강 왼쪽 에펠탑부터 시테섬을 거쳐 생루이섬까지 6km 정도 강을 따라 쭉 걸으면서 남북으로 다니면 거의 모든 유명 관광지를 다 돌아볼 수 있다. 1956년에 처음 나온 이 책의 거리만 따라다니면 될 일이다.
우리나라의 1956년 당시 거리는 흔적을 찾기 힘들 테다. 도시를 새로 계획하고 휘황찬란한 새 건물을 높이 올리는 것보다 조금은 후대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남겨두는 것도 좋을 듯싶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