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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게릴라…데뷔전부터 남달랐다

입력 | 2017-12-18 03:00:00

‘보그’ 선정 올해의 신인 브랜드 ‘레지나 표’의 표지영 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 표지영은 9개월 된 아들 루카와 함께 한국을 찾았다. 그는 “엄마가 되니 더욱 남이 보는 시선보다 내가 즐거운 옷을 찾게 되는 것 같다”며 “좀 더 여성 본인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제공

세계적인 패션잡지 ‘보그’는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신인 디자이너 브랜드로 ‘레지나 표’를 꼽았다.

표지영(34)이 2014년 설립한 이 브랜드는 현대 여성들이 어떤 옷을 입고 싶어하는지 잘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니먼마커스, 하비니콜스 등 세계 120여 개 백화점, 편집숍 등에 입점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1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9월 영국 런던패션위크에서 처음으로 쇼(캣워크)를 선보인 그는 모델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집한 일반인을 무대에 세웠다. 그의 시도는 영국에서 큰 화제가 됐다.

“지난해 제가 임신했을 때 보통 여성들과 그들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어요. 보통 여성들이 매일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고, 그들이 직접 쇼에 서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죠. 다행히 호응이 커서 일본인 관광객과 40대 여성 등 다양한 여성들이 모델의 꿈을 이뤘죠.”

의상실을 운영했던 어머니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패션디자이너를 꿈꿨던 그는 홍익대에서 섬유미술과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국내 패션 대기업에 입사해 일을 하다 2007년 영국으로 건너가 센트럴세인트마틴스에 입학했다.

“당시 많은 국내 패션 기업들이 해외 컬렉션 디자인을 따라 했어요. 그들이 도대체 어떤 존재이기에 우리가 무작정 따라 하나 의아했죠. 잡지를 보니 세인트마틴스 출신 디자이너들이 많더라고요. 궁금하고 동경도 있어서 모아둔 돈을 털어 유학을 떠났어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잠잘 시간을 아껴 가며 학교를 다녔다. 외국인 유학생으로 정말 잘하지 않으면 현지 취업이 힘들기 때문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취직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록산다 일린칙, 크리스토퍼 레이번 등에 취직했고, 제 졸업 작품을 보고 H&M과 협업도 했어요, 2012년 한 네프컨스 패션 어워드 수상으로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며 돈을 벌었는데 제 개인 브랜드를 열 시기라고 판단했죠.”

그의 패션 철학은 명쾌하다. 남성에게 잘 보이려고 입기보다는 여성 자신이 즐기면서 만족할 수 있는 옷을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다.

“제가 추구하는 옷은 여성이 입었을 때 즐거울 수 있는 옷이죠. 앞으로 제가 스타 디자이너가 되기보다는 제 옷들이 스타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패션업계에서 인지도를 굳히고 있는 그는 출판업계에서도 유명 인사다. 남편인 아일랜드 출신 셰프 조던 버크와 함께 2015년 ‘우리의 한국 부엌(Our Korean Kitchen)’이란 요리책을 냈다. 지난해 베스트 요리책으로 이름을 올렸고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도 출간됐다.

“한국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남편이 한국 음식을 먹고 완전 한국 음식 마니아가 됐어요. 저희가 좋아하는 요리들을 요리법과 함께 소개하면서 상대방에게 술을 따라 주는 등 한국 식탁 문화에 대해서도 알려줬어요. 옷은 물론이고 음식으로도 국위 선양하고 있어요. 호호.”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