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그래픽 김성훈 기자
○ “신생아 4명, 동시다발 심정지”
미숙아 4명이 잇달아 숨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로 17일 오후 병원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전날 오후 사고가 발생한 뒤 중환자실에 있던 신생아 12명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거나 퇴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양천경찰서와 유족 등에 따르면 숨진 신생아 4명은 모두 복부 팽창과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병원 측은 “숨진 아이 4명이 동시에 같은 증상을 보였다. 심정지 등이 갑작스럽게 진행돼 우리도 당황스럽다. 사망 원인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병원 측 연락을 받고 중환자실로 달려온 신생아 부모들은 의료진으로부터 사망 사실을 통보받고 “다른 병원에 보내겠다”, “집단 감염 아니냐”고 고성을 지르며 오열했다. 피해자 가족 중 한 명이 이날 오후 11시 7분경 경찰에 집단 사망 사고를 신고했다.
○ “간호사가 장갑 안 끼고 배변 처리”
유족들은 병원 측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숨진 정 양의 어머니 김모 씨(32)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망 당일 낮 딸아이의 배가 부풀어 있어 ‘가스가 찬 것 같다’고 간호사에게 말했더니 ‘별일 아니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중환자실 신생아의 부모들은 평소 병원 측의 위생관리가 부실했다고 말했다. 사망 사고 후 괴사성 장염 진단을 받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신생아의 어머니 정모 씨(36)는 “간호사들이 아이들의 배변을 처리할 때 위생장갑도 안 끼고 맨손으로 하는 걸 여러 번 봤다”며 “‘공갈 젖꼭지’를 아무 위생 조치 없이 선반에 그냥 올려두는 등 찝찝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생아의 보호자 남모 씨(38)는 “목동병원 측은 중환자실 인큐베이터 앞까지 휴대전화를 가져올 수 있게 했고 사진 촬영도 허용했다”며 “이번에 옮겨 간 병원에서는 중환자실 휴대전화 반입이 아예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고개 숙인 병원장 17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대회의실에서 정혜원 병원장이 신생아 중환자실 미숙아 4명 사망 사고에 대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보건 당국은 중환자실 내 감염 가능성과 인큐베이터 생명 유지 장치 등의 장비 부실, 의료진 과실 여부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신생아들도 격리 조치한 뒤 조사할 방침이다. 질병관리본부 나성웅 긴급상황센터장은 “과거 위생수준과 의료기술이 열악했던 시절 장출혈균으로 아이들이 한꺼번에 사망한 적이 있다. 과거 유사 사례와 비교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김윤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