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을 선택할 수 없는 시간이 곧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2일(현지시간)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시했던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만난 이후 15일 다시 강경한 태도로 돌아선 뒤에 미국 내에서 ‘대화 무용론’이 다시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선제타격 선택의 시간 온다” 목소리 높인 강경파
볼턴 전 대사(현 미국기업연구소 수석연구원)는 16일(현지시간) 미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빌에서 찰스 테일러 전 하원의원이 주최한 만찬 연설에서 대북 군사공격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USA투데이가 17일 전했다. 볼턴 전 대사는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이 몇 달 밖에 남지 않았다”며 대북 선제 타격을 주장했던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다.
그는 구소련에 적용했던 핵무기 봉쇄(containment) 전략을 북한에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realistic)”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북한과 같이 비성적인 체제나 이란처럼 극단주의 이데올로기 성향의 체제가 같은 방법으로 억제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신화”라고 지적했다.
대북 강경파인 볼턴 전 대사의 대북 선제공격론은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의 ‘조건 없는 대화’에 제동이 걸린 뒤 북한의 7차 핵실험 등을 우려하는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의 기류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 의회 내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은 13일 시사지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공격 능력을 막기 위해 선제공격을 할 가능성이 30%”라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단행하면 확률은 70%로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 “믿을 건 외교적 해법” 반론도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군사적 옵션까지 불사하겠다는 대북 강경론만 득세하는 건 아니다. 이 같은 태도가 긴장만 고조시키고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리사 콜린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1990년대 이후 북한의도발을 감소시킨 것으로 증명된 전술은 ‘외교’였다”고 주장했다. 25년간 미국과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던 기간과 북한의 도발 빈도 감소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미국과 북한의 외교가 ‘역대 최저(historic low)’”라며 비판했다.
뉴욕=박용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