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교수신문은 그해의 한국 사회를 돌아보는 사자성어를 선정해 왔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엔 ‘우왕좌왕’이었다. 각 분야의 정책이 혼선을 빚어 갈 곳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는 게 그 이유였다. 진보와 보수, 개혁과 친시장,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등등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의 편 가르기로 정치·사회적 갈등이 컸던 2004년에는 당동벌이(黨同伐異)가 꼽혔다. 후한(後漢) 때 환관들의 전횡에 사대부들이 연합하여 대들자 사대부들이 붕당을 지어 조정을 비방한다고 환관들이 받아치며 싸운 데서 기원하지만 생각이 같은 자들은 편들어주고 생각이 다른 자들은 친다는 뜻이다.
▷2006년부터는 연초에 새해의 바람을, 연말엔 한 해의 성찰을 담은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생각대로 안 되는 게 세상살이라고 하지만 연초의 기대와는 상반된 사자성어가 연말이면 등장했다. 희망으로 시작한 한 해는 늘 절망으로 마감을 했다. 청마해였던 2014년의 새해 사자성어는 속임과 거짓됨에서 벗어나 세상을 밝게 보자는 ‘전미개오(轉迷開悟)’였다. 그러나 연말 평가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였다. 세월호 참사, 정윤회 씨 국정개입 의혹 사건 등에서 박근혜 정부가 진실을 꽁꽁 감췄다고 교수들은 비난했다.
조수진 논설위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