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진 산업부 기자
하지만 며칠 뒤에 신세계 이마트의 일부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마트에는 한국노총 산하의 전국이마트노조와 이마트민주노조, 민주노총 산하의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등 3개 노조가 있다. 회사와 임금협상을 한 대표교섭노조인 전국이마트노조를 제외한 이마트민주노조와 이마트지부가 협상안에 반대를 표한 것이다.
올해 이마트 정규직 사원은 주당 40시간(월 기준 209시간)을 근무하고 월 145만8000원(명절수당 및 성과급 제외)을 받는다. 노조는 이를 시급으로는 시간당 6980원이라고 주장한다. 주당 근로시간을 35시간(월 기준 183시간)으로 줄이는 내년 임금은 158만2000원으로 하자고 노사는 합의했다. 시급으론 8644원이다.
일부 노조가 반대하는 이유는 2019년 이후에는 209시간 일하는 최저임금 근로자보다 총액임금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면 209시간 최저임금 근로자의 월급은 209만 원이다. 하지만 월 183시간을 일하는 이마트 근로자는 183만 원만 받는다. 물론 2019년 이후로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인상률이 적용되면 이런 걱정은 기우에 그칠 수 있다.
생각해 볼 점은 한국사회에 월 20만 원 안팎의 돈을 더 벌기 위해 추가근무를 원하는 근로자가 여전히 많다는 점이다. 노동시장은 일반적인 상품시장과 다르다. 상품시장은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난다. 하지만 노동시장은 노동의 가격인 임금이 오른다고 반드시 공급이 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정해진 시간 중 여가시간을 제외한 시간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즉 임금이 적을 때는 임금이 오르면 더 일하려고 한다. 하지만 일정한 임금수준이 넘어가 생활이 윤택해지면 임금이 상승해도 일을 하지 않는다. 독일 최대의 노조인 IG메탈(금속노조)이 최근 임금이 줄더라도 주당 28시간만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 경우가 그런 사례다.
유럽에 비해 한국은 여전히 저임금에 시달리는 근로자가 많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소득 양극화가 심한 한국의 평균값일 뿐이다. 이 통계만을 보고 한국의 근로자 모두가 ‘이제 돈을 덜 벌더라도 쉬겠다’고 생각한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최근 젊은 구직자들은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돈 몇만 원을 위해 추가근무를 자청하는 중년의 근로자가 존재한다. 이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 없이 근로시간의 단축이 여가와 고용을 늘려 한국 사회를 한 단계 성숙시킬 것이란 생각은 너무 단순한 것이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근로자에게는 ‘저녁이 있는 삶’이 반갑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점을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