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멀지 않은 암자에 다녀왔다. 푸른 공기가 시리도록 쨍한 산기슭. 스님과 불자들이 정성을 쏟은 절은 아담한데 정갈했다. 뭣보다 손수 기른 뒷마당 채소가 기막혔다. 강된장을 툭 얹어 싸 먹어봤다. 아삭하다 못해 달달했다.
다 좋았건만. 뒷간은 정이 가질 않았다. 요즘 세상에 ‘푸세식(재래식)’이 웬 말이람. 얼마 되지도 않은 절인데. 왜 굳이 냄새 고약한 아날로그를 고집했을까. 스님께 슬쩍 구시렁거려봤다. 되레 나무람만 돌아왔다.
“어허. 이 해우소(解憂所)가 얼마나 귀한 건데. 더럽긴 뭐 더러워. 인분 퇴비로 텃밭을 가꾸니 이토록 싱싱하지. 해우소가 달리 근심을 덜어주는 곳인 게 아냐. 농사지을 걱정도 해결해주는 걸세. 옛 어른들도 그러셨지. 똥이 밥이라고.”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