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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외국계 회사도 영어보단 열정 봅니다”

입력 | 2017-12-20 03:00:00

벤츠코리아 입사 선배들, 취준생 만나 조언




11월 30일 서울 중구 한강대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무실 입구에서 입사 1, 2년 차 ‘취업 선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외국계 업체의 취업을 고려하는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건넸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자동차 산업과 제가 지원하는 부서에 집중했어요. 부서에서 무엇을 고민하고 원하는지에 대해 최대한 준비했던 게 입사 비결인 것 같아요.”

보통 외국계 기업에 지원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부터 떠오른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윤지수 네트워크개발부 사원(27·여)은 “자동차 회사면 가장 중요한 게 ‘자동차’ 아닌가요”라고 웃으며 반문했다. 윤 사원은 회사가 원하는 것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뜨거운 열정이라고 했다.

○ “자신의 관심사에 몰두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라”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한 회의실에는 입사 1, 2년 차들이 모였다.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건넬 조언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외국계 기업 입사를 원한다면 자신이 관심 있는 산업을 정한 뒤에 관련 기업을 찾으라고 강조했다.

제품기획팀의 김한준 사원(27)은 학창 시절 프랑스, 페루 등 여러 국가를 쏘다녔다. 자동차 모터쇼를 보기 위해서였다. 김 사원은 “어렸을 때부터 동네 사람들이 저만 보면 ‘차 좋아하는 애’라고들 불렀다. 벤츠에 입사했을 때 ‘그럴 줄 알았어’라는 반응이었다”라고 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자동차 회사라고 공대생만 필요한 건 아니다. 홍보, 인사 등 다양한 부서가 있기 때문에 전공보다 자신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찾는 게 먼저”라고 조언했다.

서진욱 사원(27)은 실천과 도전을 강조했다. 그는 “무조건 정규직만 노릴 게 아니라 어떤 포지션이든 도전하고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계획을 짜는 것도 좋지만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김가연 사원(28·여)도 동의했다. 김 사원은 “일단 무엇이든 해보면 자신이 해당 일에 가슴 뛰어 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회가 오면 자신을 잘 드러내라’는 조언도 나왔다.

조승현 사원(28)이 뜬금없이 “제 학점은 ‘원주율(3.14)’ 정도로, 여기서 가장 안 좋은 편”이라고 실토했다. 그는 “후배들한테 ‘뾰족해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누구든 찌를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장점을 잘 가다듬으란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장점을 명확히 알고 이를 잘 살리면 못 들어갈 기업은 없다”고 덧붙였다.

○ 경력보다 신입, 공채보다 인턴 선호

그렇다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입사 선배들은 ‘인턴과 계약직을 활용하라’는 팁을 줬다. 보증팀의 이예은 사원(27·여)은 “인턴이나 계약직으로 들어와 자신의 장점을 잘 어필하면 채용될 수 있다. 저도 계약직 출신”이라고 말했다.

실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신입사원 위주로 사람을 뽑고 있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외국계 기업들과 다른 전략이다. 특히 인턴이나 계약직 중 사람을 뽑는 내부 채용이 많다. 올해 상반기(1∼6월) 입사자 중 절반이 신입사원이었다. 이 중 80%가 인턴이나 계약직 출신이다.

다른 회사에서 키운 인재를 손쉽게 데려오기보다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이렇게 뽑은 젊은 인재들은 회사의 주축으로 일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직원의 63%가 20, 30대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패기 넘치는 젊은 직원이 많아 회사도 젊어지는 느낌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나온다”고 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달 한국 진출 15주년을 맞았다. 올해 수입차 최초로 누적 판매 대수 30만 대를 돌파했다. 국내에서 연 매출 3조 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2003년 법인 설립 이후 연평균 24%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젊고 유연한 조직문화’가 이 같은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독일식 인재 육성 프로그램 ‘아우스빌둥’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인재 육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독일기업 단체인 한독상공회의소와 ‘아우스빌둥(Ausbildung·쌍둥이교육)’을 도입했다. 아우스빌둥은 학교 공부와 현장 직무교육을 동시에 받는 독일 교육 시스템이다. 학생들은 안정적으로 수업을 받으면서 직업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 기업은 실무를 갈고닦은 인재를 미리 확보하게 된다.

독일에서 아우스빌둥 대상 직종은 300개가 넘는다. 매년 150만 명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1기 86명이 교육을 받는 중이다. 한독상공회의소는 지난달 여주대, 두원공과대에서 2기 채용설명회를 열었는데 600여 명이 몰렸다. 2기는 내년 4월 자동차 특성화고 3학년생을 대상으로 전형에 들어간다. 선발되면 3년간 자동차 정비를 배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딜러사와 고용계약을 맺고 현장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해당 교육을 받으면 독일 연방상공회의소의 교육 인증서를 받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딜러사에서 일할 수 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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