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실서 사흘치 한꺼번에 만들어… 첫날 별 이상없다 다음날 이상 증세 재배합하는 과정서 오염 가능성… 함께 맞은 또다른 1명은 이상없어 3명 검출세균, 동일한 균주로 확인… 경찰, 이대목동병원 압수수색
이대목동병원이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외부 전문가 6명으로 구성한 자체 역학전문조사팀은 18일과 19일 연달아 회의를 열고 의무기록을 검토한 결과, 사망자 중 3명이 항생제 내성균인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된 경로가 수액이나 주사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팀에 따르면 이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던 미숙아 16명 중 A 군(생후 6주) 등 5명은 사건 당일인 16일에도 평소처럼 종합영양수액(TPN)과 스모프리피드, 비타민K 주사제를 맞았다. TPN은 쇄골이나 허벅지의 중심정맥을 통해 주입하는 영양제다. 음식을 입으로 넘기지 못하는 신생아에게 쓴다. 약사가 직접 탄수화물과 단백질 등을 배합해서 만든다. 스모프리피드는 오메가3 지방산 등이 포함된 주사제다. 또 다른 입원 환자 B도 TPN과 스모프리피드 등을 맞아왔지만, 14일부터 끊었다.
그런데 16일 오후 5시경부터 A 군이 호흡과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떨어지는 이상 증세를 보였다. 2시간 후 C 양(생후 3주)이 같은 증상을 나타냈고, 오후 9시엔 D 군(생후 5주)과 E 양(생후 1주)으로 이어졌다. 심폐소생술이나 항생제 처치도 듣지 않았다. 이들은 오후 9시 32분부터 순차적으로 숨을 거뒀다. 전부 이날 TPN과 스모프리피드, 비타민K를 맞은 아이들이었다.
이에 따라 조사팀은 TPN과 스모프리피드를 섞거나 비타민K를 놓기 위해 주삿바늘을 꽂는 과정 등에서 수액이나 주사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됐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약사가 TPN을 조제하는 과정에서 균이 옮았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15일엔 TPN을 투여한 뒤에도 아무런 증상이 없었고, 같은 조제실에서 만든 다른 약들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가 A 군 등 3명에게서 검출된 균을 정밀 분석한 결과 유전자 염기서열이 일치했다. 같은 곳에서 유래했다는 뜻이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건강한 사람 몸속에선 얌전하지만 면역체계가 거의 없는 미숙아에겐 치명적이다. 장 세포가 죽는 중증 염증이나 패혈증을 일으켜 순식간에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조사팀에 참여 중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으로선 다른 이유보다 세균 감염이 사망 원인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의료진의 과실 여부를 수사 중인 경찰은 이날 이대목동병원을 압수수색했다. 조만간 사망자들의 주치의였던 조모 교수(44·여)와 중환자실 간호사 등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