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요계
연초 드라마 ‘도깨비’ 신드롬이 국내를 달군 뒤 연말에는 방탄소년단의 해외 선전이 빛난 한 해였다.
○ 한국형 판타지 멜로 새로 쓴 ‘도깨비’
김고은, 공유 주연의 tvN 1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는 시공간과 생사를 넘나드는 도깨비와 그의 신부 이야기로, 지난해 12월 처음 방송됐다. 한국형 판타지라는 독특한 장르를 표방한 이 드라마는 올해 1월 21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선 시청률 20%(평균 20.5%, 순간 최고 22.1%·닐슨코리아)를 넘기며 국민적 화제로 떠올랐다.
○ 범위 확장하며 인기 지속한 관찰 예능
TV 예능과 드라마는 한 해 동안 일상과 가족을 향해 집요하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이들 프로는 배우자(SBS ‘싱글와이프’)와 부부 생활(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신혼생활(tvN ‘신혼일기’), 연애(채널A ‘하트시그널’), 여행(MBC every1 ‘어서와∼한국은 처음이지?’)으로 소재를 넓혀갔다.
일부 중장년의 취미로 여겨진 낚시에서 보편적 재미 코드를 발굴해낸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SBS ‘미운 우리 새끼’는 이상민의 ‘궁셔리(궁상+럭셔리)’ 콘셉트로 화제를 모으면서 20% 넘는 시청률을 확보했다. 일각에서는 연예인 가족이 출연하는 예능에 대한 ‘세습 논란’도 제기됐다.
KBS2 ‘김생민의 영수증’은 말 그대로 시청자의 영수증까지 공중파로 끌어들였다. 진행자 김생민은 영수증 속 불필요한 소비를 발견하면 ‘스튜핏!’이라 꾸짖고, “안 사면 100% 할인”이라는 기발한 절약 슬로건을 내걸어 공감을 샀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자연스러움 속에 희소한 것들을 보여주는 형식이 인기를 끌었다”면서 “‘김생민의 영수증’처럼 팟캐스트형 포맷이 지상파에 안착하는 경향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케이팝 역사 경신한 방탄소년단
미주 지역의 팬들이 이들의 여러 곡에 걸쳐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고 한국어로 멤버별 응원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미국의 공중파를 강타한 장면은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신드롬 때도 보지 못한 진풍경이었다.
○ ‘오늘밤 주인공은 너야 너’… 워너원과 아이돌 경연 프로 붐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 2’가 배출한 프로젝트 남성그룹 워너원은 평소 아이돌에 관심이 없던 이들의 손에도 응원봉을 들려줬다. 이 프로에서 ‘국민 프로듀서’(시청자) 투표 상위 11위로 구성된 워너원은 서울 고척스카이돔 무대를 데뷔와 동시에 응원봉 물결로 채워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연습생 신분이던 이들의 데뷔음반이 100만 장 이상 팔리며 기존 아이돌의 성과를 넘어섰다.
‘프로듀스 101’ 출신으로 워너원에 합류하지 않은 다른 출연자들이 뭉친 그룹까지 인기를 얻고 유사 프로그램들도 우후죽순 생겼다. 워너원이 청소년을 겨냥한 교복, 치킨뿐 아니라 커피, 맥주, 화장품까지 다양한 상품의 모델로 활약한 것도 이들의 팬덤이 TV를 통해 전 연령대로 확장됐음을 보여줬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워너원, 방탄소년단의 성공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은, 아이돌과 가수가 선망이나 공감의 대상에서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대상으로 바뀐 것”이라면서 “소셜미디어의 발달 역시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소비 패턴 변화에 영향을 줬다”고 짚었다.
임희윤 imi@donga.com·김민·조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