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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 전문기자의 풍수와 삶]중국몽 원조의 태산 봉변과 마니산 참성단

입력 | 2017-12-20 03:00:00


마니산 참성단에서 열린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성화 채화식.

안영배 전문기자·풍수학 박사

중국 중화주의 발상지인 산둥(山東)성의 태산(泰山)과 최초로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한 진시황제.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베이징대 연설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을 주변보다 높이 솟은 산봉우리로 비유한 것을 보면서 태산과 진시황이 떠올랐다. 문 대통령은 시진핑의 중국몽이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라며 ‘작은 나라’인 한국도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높은 산’을 자칭하는 중국에서 가장 ‘존귀한 산’으로 대접하는 곳이 바로 태산(1532m)이다. 백두산과 한라산보다 낮은 키이지만 중국인이 가장 많이 찾고 신성시한다. 중국 오악 중 으뜸인 ‘오악독존(五嶽獨尊)’이라는 이름으로 2000년 넘게 천하제일의 지위를 굳건히 누려오고 있다.

진시황을 비롯해 역대 72명의 중국 황제가 이 산에서 하늘신(天帝)에게 자신이 하늘의 아들(天子)임을 알리는 ‘신고식’을 치렀다. 하늘신의 적통으로 ‘인가’를 받아 세상을 다스린다는 중국몽의 근거지가 바로 태산인 것이다.

태산은 과연 그런 자격을 갖춘 곳일까. 필자는 태산을 몇 차례 답사한 바 있다. 10여 년 전 1600여 계단으로 유명한 십팔반(十八盤)을 힘겹게 올라 산마루의 옥황정을 처음 방문했을 때 감탄을 금치 못했다. 황제가 유일하게 머리를 숙인 옥황정으로는 공중에서 천기(天氣) 에너지가 강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옥황정은 중국인들에게 기도발이 잘 통하는 터로 유명했는데, 실제로 명당 기운이 작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화도 마니산의 참성단에서 하늘 에너지에 흠뻑 취한 후 다시 찾은 태산은 싱거웠다. 마니산의 천기 파워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마니산은 여러모로 태산과 비교된다. ‘고려사’와 ‘세종실록지리지’는 4000여 년 전인 고조선 시기에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낸 곳으로 마니산의 참성단을 소개하고 있다. 고려 원종이 1264년 참성단에 올라 제천의식을 치렀다거나, 고려 말의 재상 경복흥이 참성단에서 미래를 알려주는 신탁(神託)을 받았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 태종 때 문신 변계량은 “우리 동방은 단군이 시조인데, 대개 하늘에서 내려왔고 천자가 분봉(分封)한 나라가 아니다”고 하며 독자적인 천제의식을 지내왔다고 밝혔다.

참성단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란 천원지방(天圓地方)의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풍수적으로는 천기가 곧장 내려와서 하늘과 교감할 수 있는 천하 대명당이다.

마니산의 기운은 우주 공간까지도 뻗쳤던 모양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인공위성을 달에 착륙시켜 지구를 촬영했더니 지구 중심부에 점 하나가 있고 주변에 실오라기 같은 흔적이 있어 판독해본 결과, 점은 대한민국의 마니산이고 실오라기는 중국의 만리장성으로 밝혀졌다. 1974년 내한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100만 명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한 말이니 허언은 아닐 것이다.

태산은 물이 나지 않는 암벽지대이지만 참성단 정상에서는 불과 40년 전까지만 해도 천지 정화수(井華水)인 물이 솟아올랐다. 산 정상의 암벽에서 물이 치솟는 곳은 영험한 터로 보면 틀림없다. 우리 조상들은 천연의 정화수를 사용해 신성한 제천의식을 치렀던 것이다.

중국 역사가 사마천은 ‘사기’에서 이런 천제의식을 ‘봉선대전(封禪大典)’이라고 불렀다. 봉선의식은 황제라고 해서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기원전 219년 진시황은 중국을 일통(一統)한 후 봉선을 위해 태산에 올랐다가 폭풍우를 만났다. 사마천은 “덕행을 갖추지 못한 황제에게는 봉선의식을 올릴 자격이 없음을 폭풍우로 알려준 것”이라고 하면서 “시황제가 봉선제를 거행한 뒤 12년 만에 진나라가 망했다”고 기록했다.

사실 ‘천자’라는 말도 중국 중원에서 기원한 게 아니다. 후한(後漢)의 대학자 채옹(133∼192)은 “천자라는 말은 동이(東夷)에서 시작되었다. 하늘을 아버지로, 땅을 어머니로 삼기 때문에 천자라고 한다(天子之號 始於東夷 父天母地 故曰天子)”고 밝혔다. 결국 천제나 천자의식은 동이 계열로 추정되는 우리가 원조였고 한족은 그 아류인 셈이다.

천자의 덕을 갖추지 못한 채 태산에서 천제를 강행한 진시황의 봉선 일화가 과거의 해프닝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중국몽을 꿈꾸는 현재의 중국 지도층은 과연 그만한 자격과 덕행을 갖추고 있을까. 더불어 한국의 지도층은 진정한 천자의 후손다운 자존감을 지키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안영배 전문기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