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아일보DB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이 19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무죄를 주장하면서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인 외아들에 대해 언급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최후진술을 하던 중 “여든을 바라보는 고령의 환자인 제게 남은 소망은 늙은 아내와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으로 4년간 병석에 누워 있는 쉰세 살 된 아들 손을 잡아주는 것”이라며 잠시 울먹였다.
이어 “못난 남편과 아비를 만나서 지금까지 고생이 많았다는 말을 건네고, 아들에게는 이런 상태로 누워있으면 아버지가 눈을 감을 수 없으니 하루빨리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라고 당부한 뒤 제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당시 김 전 실장은 아들이 입원한 뒤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수행했다. 이 때문에 비서실 관계자들도 김 전 실장 아들의 사고 소식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014년 1월 김 전 실장의 사의설이 불거졌다. 김 전 실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 당시 이는 외아들의 사고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사의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김 전 실장은 2015년 2월 비서실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청와대 측은 “김기춘 실장은 그동안 몇 차례 사의를 표명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이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2016년 8월 아들의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됐다. 당시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김 전 비서실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아들 김 씨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를 결정했다. 김 씨의 아내도 김 전 실장과 함께 공동 후견인으로 지정됐다.
김 전 실장은 그간 수차례 아들에 대해 직접 언급하며 애끓는 부정(父情)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2015년 1월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 전 실장은 “개인적으로 자식이 병원에 누워 사경을 헤맨 지 1년이 넘었는데 자주 가보지도 못해 인간적으로 매우 아프다”고 말한 바 있다.
최순실 씨(61)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후인 2016년 11월 김 전 실장은 차움의원에서 불법인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을 해명하면서 다시 한 번 아들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차움의원을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 아들이 뇌사 상태였기 때문에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한지 조언을 구하러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하지만 ‘(치료법이) 없다’ ‘불가능하다’고 차움 측이 답했다”며 “차움의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9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에게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두 사람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내년 1월 23일 열린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