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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식물인간 아들 손 잡아주고파”…의사 외아들, 2013년 12월 사고로 의식불명

입력 | 2017-12-20 08:28:00

사진=동아일보DB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이 19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무죄를 주장하면서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인 외아들에 대해 언급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최후진술을 하던 중 “여든을 바라보는 고령의 환자인 제게 남은 소망은 늙은 아내와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으로 4년간 병석에 누워 있는 쉰세 살 된 아들 손을 잡아주는 것”이라며 잠시 울먹였다.

이어 “못난 남편과 아비를 만나서 지금까지 고생이 많았다는 말을 건네고, 아들에게는 이런 상태로 누워있으면 아버지가 눈을 감을 수 없으니 하루빨리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라고 당부한 뒤 제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의 외아들 성원 씨는 2013년 12월 31일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중앙대 의대를 졸업한 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성원 씨는 경기 용인시에서 연세재활의학과병원을 개원해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김 전 실장은 아들이 입원한 뒤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수행했다. 이 때문에 비서실 관계자들도 김 전 실장 아들의 사고 소식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014년 1월 김 전 실장의 사의설이 불거졌다. 김 전 실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 당시 이는 외아들의 사고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사의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김 전 실장은 2015년 2월 비서실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청와대 측은 “김기춘 실장은 그동안 몇 차례 사의를 표명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이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2016년 8월 아들의 성년후견인으로 지정됐다. 당시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김 전 비서실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아들 김 씨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를 결정했다. 김 씨의 아내도 김 전 실장과 함께 공동 후견인으로 지정됐다.

성년후견 제도는 의사 결정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해 각종 법률행위를 대신하도록 허락하는 제도다. 법원은 질병이나 장애, 노령, 그 밖의 이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 때문에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결여된 사람에 한해 성년후견인을 지정한다.

김 전 실장은 그간 수차례 아들에 대해 직접 언급하며 애끓는 부정(父情)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2015년 1월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의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 전 실장은 “개인적으로 자식이 병원에 누워 사경을 헤맨 지 1년이 넘었는데 자주 가보지도 못해 인간적으로 매우 아프다”고 말한 바 있다.

최순실 씨(61)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후인 2016년 11월 김 전 실장은 차움의원에서 불법인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을 해명하면서 다시 한 번 아들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차움의원을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 아들이 뇌사 상태였기 때문에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한지 조언을 구하러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하지만 ‘(치료법이) 없다’ ‘불가능하다’고 차움 측이 답했다”며 “차움의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6년 12월 ‘최순실 게이트’ 국회 2차 청문회에서는 고(故)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남겨진 세월호 시신 인양 포기를 뜻하는 듯한 메모에 관해 집중 포화를 받자 “저도 자식이 죽어 있는 상태인데 왜 시신 인양을 하지 말라고 하겠나”라고 항변한 바 있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9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에게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두 사람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내년 1월 23일 열린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