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겨울스포츠의 든든한 후원자로 관람객 수만명 모여 대성황… 1934년 여성에게도 문 열어
1929년 1월 20일 동아일보와 조선체육회 공동주최로 한강에서 열린 전조선빙상경기대회를 보도한 동아일보 지면. 동아일보DB
‘오직 뻬스트를 다할 뿐’이라는 제목과 함께 동아일보에 실린 이 기고는 1936년 2월 제4회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겨울올림픽 빙속(氷速)에 출전한 김정연 선수가 전날의 5000m 경기 결과를 보내온 것이다. 동아일보는 17회에 걸쳐 김 선수의 ‘빙상 정도기(征途記)’를 연재했다.
빙상은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과 더불어 조선인의 자존심이 걸린 스포츠였다.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 최초의 빙상대회는 동아일보 평양지국이 1923년 1월 연 ‘대동강 빙상 운동대회’다. “관람자가 강 좌우와 성벽의 양편과 운동장에 무려 수만 명이나 되어 인산인해의 대성황을 이뤘다.” 본보는 1940년 마지막 대회까지 평양청년회, 관서체육회와 이 대회를 공동주최하거나 후원했다.
최초의 여자빙상경기를 후원한 것도 동아일보였다. 1934년 열린 제1회 전조선여자빙상경기대회에서는 관객이 링크 주위를 스무 겹으로 에워싸고도 넘쳤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여성에게 완전히 문호를 개방해…빙반 상에서 진취적 기백을 함양할 것”이라고 했다. ‘빙속 여제’ 탄생의 뿌리인 셈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