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5조 이상 57개 대기업 대상, 공익법인 통한 지배력 확대 제동 친족기업 일감몰아주기 제재 추진… 분리전후 6년내 적발땐 분리취소
경쟁당국이 대기업 편법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꼽히는 공익재단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또 대기업에서 분리된 ‘방계기업’에 모기업이 부(富)를 몰아줄 가능성을 줄일 카드도 내놨다. 정부가 대기업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걸 막기 위한 행동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익법인 운영 실태에 대한 1단계 조사에 착수했다고 20일 밝혔다. 핵심 조사 대상은 자산 5조 원 이상의 대기업(공시대상 기업집단) 57곳에 소속된 공익재단이다. 일부 대기업이 공익재단을 오너 일가 지배력 확보에 이용한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먼저 57개 대기업에 모든 비영리법인의 목록을 제출하라고 했다. 이 비영리법인들이 오너 일가와 관련된 법인인지, 상속·증여세법상 공익법인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법상 공익법인은 계열사 주식을 5% 이내로 보유하면서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는 법인을 뜻한다. 당국은 주식 5%까지는 기부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공정위는 공익법인의 지배구조, 자금 출연 현황, 주식소유 비중 등을 제출받기로 했다. 이렇게 받은 자료를 토대로 내년 1월부터 2단계 조사에 들어간다. 공익법인이 설립 목적과 다르게 지배력 확대에 이용됐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가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공익법인 보유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의 대책을 만드는 데 이 자료를 활용할 계획이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공익법인에 대한 논의는 많지만 정확한 실태조사가 없으면 결국 서로의 주장이 헛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익재단을 운영하는 주요 대기업은 이미 주요 사항을 대부분 공개하고 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재단은 시민단체, 정부 등 각계로부터 감시와 견제를 받고 있고, 자금 운영이나 수입 지출 내용 모두 온라인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재단의 부정부패 사례는 중견기업에서 많이 나타난다. 불법 상속 등 사례도 대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이날 방계기업에 일감을 몰아줄 수 없도록 하는 대책도 내놨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기업에서 분리된 친족기업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시를 받지 않는다. 대기업 계열사는 30% 이상의 내부거래가 있으면 제재 대상이 된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