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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박능후]기초연금 인상해야

입력 | 2017-12-21 03:00:00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달 6일 여야 합의로 2018년도 정부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확정된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9월부터 기초연금의 기준연금액은 현재 20만6000원 수준에서 25만 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기초연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으로 향후 30만 원까지 인상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이를 위해 2018년 25만 원, 2021년 30만 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12월 정기국회에서 기초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길 기대했으나 법안 통과는 내년 초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세차게 내리는 빗속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이 리어카를 세워두고 처연히 앉아 계시는 사진을 한 신문에서 봤다. 우리 어르신들이 얼마나 고단한 삶을 사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진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15년 기준 45.7%(66세 이상)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75세 이상 노인의 고용률도 17.9%로 수년째 1위이다. 국가 경제 규모가 세계 11위이고,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빈곤한 상태며 75세 이상 노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있다.

기초연금이 30만 원까지 오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 빈곤율은 현재 46.5% 수준에서 2021년 42.4%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빈곤선과 빈곤선 아래 노인의 평균 소득의 상대적 차이를 나타내는 빈곤갭(Poverty Gap)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빈곤한 사람이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소득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초연금 인상은 노인 빈곤갭을 현재 40% 수준에서 35%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빈곤층이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소득이 41만 원이라면 2021년에는 34만 원으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물론 기초연금 인상만으로 노인빈곤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현재 많은 어르신들이 기초연금을 받고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한다. 부산 금정구의 한 어르신은 경기 악화로 빚이 불어나 38년간 하던 납품 사업을 접고 전셋집 구할 돈조차 남지 않아 찜질방과 여관을 전전하며 사셨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방자치단체 담당자의 권유로 기초연금을 수급하게 됐고 기본적인 주거비가 안정적으로 확보돼 지금은 재취업을 통한 재기를 꿈꾼다고 하셨다. 기초연금이 평생을 힘들게 일해 온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기에 다행으로 생각한다.

기초연금은 노인빈곤 완화뿐 아니라 노인의 경제활동으로 연결된다. 노인 가구의 가처분 소득과 소비가 증가해 경제와 소득주도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기초연금 인상과 공적연금 강화, 노인 일자리 확대 등을 통해 노인 생활 안정과 빈곤 완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기초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신속히 통과되기를 기원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