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신건강센터 ‘회복자 상담가’ “처음엔 고함-폭력 문전박대 당해도 알코올의존증 환자 구하는게 보람” 2년 단주-150시간 교육 이수후, 주 3회 방문… 도움의 손길 내밀어
“술, 끊을수 있습니다” 서울시정신건강센터 소속 회복자상담가(오른쪽 두 명)들이 알코올의존증 환자의 집을 찾아가 손을 잡으며 상담하고 있다. 센터의 회복자상담가 16명은 모두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받은 사람들로 환자들이 술을 끊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울시정신건강센터 제공
양 씨는 서울시정신건강센터 소속 ‘회복자상담가’다. 알코올의존자(알코올중독자)들을 찾아다니며 단주와 치료를 권하는 게 양 씨의 일이다. 양 씨가 A 씨를 보살피기 시작한 건 약 1년 전부터다.
“알코올의존자가 이웃들에게 행패를 부린다”는 구청 사회복지사의 신고를 받고 찾아간 A 씨의 집은 깨진 술병과 쓰레기로 엉망이었다. 음식물 쓰레기와 온갖 잡동사니가 뒤섞여 발 디딜 틈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양 씨가 소속된 센터의 회복자상담가 16명은 모두 알코올의존증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센터는 2013년부터 술을 끊는 데 성공한 회복자들에게 상담가로서 활동할 기회를 주고 있다.
누구나 상담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년 이상 술을 끊어야 하고 150시간 이상 알코올의존증 관련 이론 교육도 받아야 한다.
상담가가 되면 매주 3일씩 구청에 민원 신고가 들어온 알코올의존자들의 집을 방문한다. 한 사람당 하루 평균 3곳을 찾아간다. 상담은 보통 30분∼1시간가량 걸린다. 양 씨는 “알코올의존자들은 경계심이 강하다. 처음 찾아가면 ‘무슨 상관이냐’며 고함을 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양 씨가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상담가 활동을 하는 이유는 동병상련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술에 빠진 사람들은 외로운 사람들이다. 관심만 보여주면 얼마든지 술을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나는 가족 덕분에 단주에 성공했지만 알코올의존자 대부분은 가족과 단절된 이들이다. 특히 여성들은 치료를 받지 못해 고립된 경우가 많다. 상담가가 된 것은 그런 이들을 돕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상담가 활동은 쉽지 않다. 하지만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한 동질감과 책임감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김단비 kubee08@donga.com·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