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치긴 하는데… 빈약한 스토리에 감동 깊이는 얕아

리뷰 /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

휴 잭맨 주연의 ‘위대한 쇼맨’은 ‘라라랜드’ ‘미녀와 야수’ 등이 보여준 외국 뮤지컬 영화 흥행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P T 바넘의 서커스 쇼에 서려면 딱 한 가지 조건만 갖추면 된다. ‘남들과 다를 것.’

이 덕분에 그의 쇼에는 기상천외한 외모를 갖춘 이들이 몰려든다. 턱수염이 복슬복슬 자라 숨어만 살던 여자, 몸무게가 250kg에 육박하거나 작은 키 탓에 부모에게조차 외면받던 남자들….

휴 잭맨 주연의 ‘위대한 쇼맨’(20일 개봉)은 미국의 쇼 비즈니스 창시자이자 화려한 무대로 세계를 매료시킨 남자 ‘바넘’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뮤지컬 영화다. 그는 타고난 특징 탓에 소외됐던 이들을 찾아내 무대 위로 올리고, 자신감 넘치는 새 삶을 선물한다. 도전이 성공하면 큰 보상이 따르는 법, 그 역시 어마어마한 부와 명성을 거머쥔다.

영화를 보기 전 바넘이 우여곡절 끝에 쇼를 완성시키며 끝맺을 거란 예측은 빗나갔다. 초반부터 바넘의 성공 과정을 빠르게 훑고 지나간다. 성공보다는 그 뒤에 기다리는 여러 굴곡이 오히려 비중 있게 다뤄진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 개봉한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가 사회적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여운을 남겼다면, 이 영화는 ‘가족’이다. 그래서 연말 가족이 모여 보기에 좋은 영화다.

다만 스토리 자체는 무척 단순하다. 영화의 가장 큰 위기 상황도 술 한잔, 노래 한 소절에 없던 일처럼 돼버린다. 평생 숨어 살던 이들을 무대 위로 이끄는 일도 별다른 어려움 없게 그려진다. 이런 스토리의 빈약함 탓에 영화 후반부 느껴져야 할 감동의 깊이도 얕다. 뮤지컬 영화답게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가슴을 울리는 OST가 어느 정도 빈틈을 채우긴 하지만 한계는 있다. 영화 OST를 ‘라라랜드’로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수상한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 콤비가 맡았다는 점은 눈에 띈다.

‘레미제라블’ 이후 5년 만에 뮤지컬 영화를 선보인 잭맨의 연기는 극을 사실상 홀로 이끈다. “바넘은 계급이나 인종, 배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선택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게 그가 캐릭터를 선택한 배경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를 믿어주는 아내 채리티 역은 미셸 윌리엄스, 세계를 사로잡은 소프라노 제니 린드 역은 레베카 퍼거슨이 소화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 5개 만점)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