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음료와 음식들. 미국과 영국의 크리스마스 만찬 식탁의 주인공으로 꼽히는 ‘칠면조 구이’(위쪽), 북미 지역, 특히 미국에서 칠면조 구이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음료인 ‘에그노그’(아래 왼쪽), 유럽 지역에서 겨울철과 크리스마스에 즐겨 마시는 포도주를 끓여 만드는 음료 ‘뱅쇼(글뤼바인)’(아래 오른쪽).
크리스마스 필수 음료, 에그노그와 뱅쇼
신대륙에서 건너온 식탁의 주인공, 칠면조
성탄 전날 금식 풍습서 유래된 잉어 튀김
크리스마스가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월요일이 크리스마스여서 휴가를 활용하면 4일간의 알찬 연휴가 가능하다. 크리스마스하면 산타클로스로 대표되는 선물 잔치를 떠올리지만, 유럽이나 미주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담은 각종 음식을 즐기는 ‘푸드 축제’이기도 하다. 나라마다 지역 특색과 사연이 담긴 고유한 크리스마스 음식들이 있다. 예전에는 이런 음식들이 그저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지만, 요즘은 서울 연남동이나 경리단길, 이태원, 홍대 앞 등에 다양한 국적의 음식점들이 생기면서 이국적인 외국 크리스마스 음식을 맛볼 기회가 생겼다. 크리스마스의 색다른 경험을 더해줄 해외 크리스마스 음식들을 정리했다.
● 크리스마스 음료, 에그노그 vs 뱅쇼·글뤼바인
뱅쇼(프랑스)나 글뤼바인(독일)은 같은 음료다. 영어로 멀드 와인이라고도 하는데, 미국의 에그노그처럼 유럽 지역에서 겨울철이나 크리스마스에 즐겨 마신다. 붉은 포도주에 레몬, 오렌지, 사과 등의 과일과 시나몬, 정향(클로브) 등을 넣어 끓여서 따뜻하게 마신다.
● 크리스마스 만찬의 대명사, 칠면조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크리스마스 때 가족들이 모여 식사를 한다면 식탁에 꼭 등장하는 것, 바로 칠면조 구이다. 기독교 문화권의 서구에서는 산타클로스, 트리와 함께 칠면조 요리가 크리스마스의 풍요로움과 사랑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같은 가금류로 닭이나 오리, 거위도 있는데 왜 칠면조가 크리스마스의 상징처럼 됐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칠면조는 미국에서 16세기에 유럽으로 전해졌는데 요즘처럼 명절 만찬으로 대중화된 것은 대량 사육이 가능한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반 무렵이다. 그전까지 유럽 서민들이 즐기던 크리스마스 만찬은 거위였다. 이런 역사적 전통 때문인지 독일은 아직도 크리스마스 때 거위요리가 가장 인기 있다.
주로 튀김으로 먹지만 종종 호사스런 장식으로 식탁에 오르기도 하는 체코의 크리스마스 명절 음식 잉어.
● 크리스마스엔 고기(X), 체코의 잉어튀김
가톨릭의 영향을 받아 유럽에는 크리스마스에 고기 같은 육류를 먹는 것이 금기시되는 국가들이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체코와 이탈리아다. 그래서 이들 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 음식으로 생선을 즐겨 먹는다.
체코는 크리스마스 때 고기 대신 잉어를 먹는다. 잉어 튀김은 체코 가정의 크리스마스 식사 메인 요리다. 프라하 구도심에 겨울철에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도 잉어 튀김을 파는 가게들이 인기 있다.
이탈리아에서 크리스마스 음식으로 먹는 카폰 마그로도 해산물을 소재로 한 요리다. 크리스마스이브에 금식을 하거나 육류를 피하는 풍습 때문에 탄생한 요리다. 다양한 해산물과 야치를 마치 탑처럼 쌓는 플레이팅이 특징. 호사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맨 위에는 랍스터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인기 요리를 꼽으면 거위 요리, 라클렛 퐁듀 같은 치즈요리, 그리고 오리 요리다. 거위요리나 오리요리의 경우 각종 과일 다진 것과, 채소, 육류 등으로 속을 채워 굽는 것이 특색이다. 케이크로는 프랑스 부쉬 드 노엘과 함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별미인 슈톨렌이 있다. 또한 생강빵 렙쿠헨, 구운 뉘른베르그 소시지, 구운 사과 등도 독일인들이 크리스마스 때 먹는 음식이다.
재미있는 점은 크리스마스 때 구운 과일과 견과류를 즐긴다는 것. 밤, 아몬드, 사과 등을 구워 먹는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사과, 호두, 아몬드 등을 크리스마스트리 나뭇가지에 매달았다가 구워 먹는다. 음료로는 따뜻하게 데운 글뤼바인을 마신다.
쌀가루에 코코넛 밀크, 브라운 설탕, 치즈, 계란 등을 넣어 구운 일종의 쌀 케이크인 필리핀의 크리스마스 음식 ‘비빙카’.
● 네덜란드, 핀란드, 필리핀 등 그 외 나라들
전체 인구 중 가톨릭 신자가 85%가 넘는 필리핀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비빙카를 먹는다. 쌀가루에 코코넛 밀크, 브라운 설탕, 치즈, 계란 등을 넣어 구운 일종의 쌀 케이크다. 재료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역시 단맛이 포인트다.
네덜란드의 다위커카터르는 크리스마스에 먹는 빵이다. 외관상으로는 그다지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데, 명절 분위기처럼 폭신한 식감과 부드러운 단맛이 매력이다. 유독 유럽의 크리스마스 빵에는 계피나 견과류를 넣는 경우가 많은데, 네덜란드의 또다른 크리스마스 빵 케르스트브로드 역시 아몬드, 건포도에 시나몬을 가미한다.
핀란드에서는 호밀 반죽에 쌀, 버터, 삶은 계란 등을 올려 굽는 카렐리안 페스티가 있다. 또한 쌀과 우유, 시나몬, 버터, 설탕 등으로 만드는 쌀죽 ‘리시프로’, 뿌리채소와 매시드 포테이토를 섞은 라티코 등을 먹는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