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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東亞] 국내 최장수 98년 게재 코너 ‘휴지통’ ‘횡설수설’

입력 | 2017-12-22 03:00:00

총독부 향해 “조선말의 만세 뜻 배워라”… 통쾌한 휴지통




1920년 시작된 국내 언론사상 최장수 고정 코너 ‘휴지통’ 첫 회(4월 10일자·왼쪽 사진)와 고정 칼럼 ‘횡설수설’ 첫 회(7월 25일자). 동아일보DB

동아일보에는 100년 가까이 게재되는 코너가 있다. 1920년 4월 10일자에 처음 등장한 ‘휴지통’과 같은 해 7월 25일자(지령 100호)부터 시작된 ‘횡설수설’이다. 국내 언론사상 최장수 고정란, 칼럼으로 만 97년을 넘어 오늘도 연재되고 있다.

제목에 대해 ‘횡설수설’은 첫 회에서 “천언만어(千言萬語)가 횡설수설에 불과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휴지통은 마치 ‘휴지통에 버릴 만한 원고’ 같다. 그러나 실제로 두 코너는 당대의 권력에 정면으로 맞선 창(槍)이자 서민들의 애환을 대변하는 창(窓) 역할을 했다.

휴지통은 첫 회부터 1년 전 3·1만세운동 얘기를 꺼내며 조선총독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정무총감 미즈노 렌타로(水野鍊太郞) 씨는… 조선말을 배우려면 제일 먼저 ‘만세’가 어떤 말인지 투철히 궁리해야.”

횡설수설도 “인기(印機·인쇄기)에서 떨어지는 신문지를 산더미같이 실어서 경찰서로 잡아간다”며 ‘언론자유’가 유린되는 상황에 대해 총독부를 비판했다. 초기에는 이상협 편집국장이 두 고정란을 직접 썼다.

총독부는 촌철살인과 같은 단평(短評)에 아픈 곳을 계속 찔리자 무척 당황했다. 일본어 혼용을 비판한 1920년 4월 27일자 휴지통 때문에 발매 금지와 삭제 뒤 재발매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3·1운동 7주년 축전 게재로 무기정간을 겪고 난 뒤 “언론기관은 정지가 아니면 금지”라고 비판한 횡설수설 집필 기자 최원순이 징역 8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광복과 6·25전쟁 뒤에도 두 코너는 권력을 비판한 정론, 세태를 응축한 기사로 오래도록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독자 조사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내용 3, 4위에 꼽히기도 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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