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청성 귀순’ 확성기 방송 들은듯… 입대 2년차 19세… AK소총 무장 귀순 80분뒤 北추격조 MDL 접근… 우리軍 경고사격에 북측 돌아가 전날엔 北목선 탄 2명 동해상으로… 올해만 15명 귀순… 내부 동요 분석
21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경기 연천군 육군 모 사단 최전방 감시초소(GP) 근무 병력들은 이날 오전 8시 4분경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으로 접근하는 북한군 1명을 발견했다. 전날 눈이 내린 뒤 안개가 짙게 끼면서 당시 이 일대 시정은 100m가 채 되지 않았다. 감시장비와 육안으로 식별한 결과 북한군은 AK계열 소총으로 무장한 상태였다. 통상 DMZ 내 MDL을 통해 귀순하는 북한군은 비무장 상태다.
무장한 북한군 등장에 경계 병력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우리 군은 곧바로 교전 태세를 갖췄다. 지난달 오청성 씨가 JSA 내 MDL을 넘어 귀순한 터라 MDL에서의 남북 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었다.
이 병사가 MDL을 넘는 과정에서 북한군이 총격을 가했다면 자칫 ‘제2의 오청성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다행히 총격은 없었지만 1시간 20분 후인 오전 9시 24분경 뒤늦게 북한군의 이상 조짐이 포착됐다. 무장한 북한군 3, 4명이 MDL까지 내려온 것. 정부 소식통은 “이들은 북한군이 잠깐 없어진 것 정도로 아는 듯했다. 추격하는 다급한 움직임이 아니라 찾아 헤매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우리 군은 곧장 경고방송을 하고 MDL 이남에 설치된 표적지를 향해 K-3 기관총으로 20여 발의 경고사격을 했다. 북한군 수색조는 총성을 듣자마자 북측으로 돌아갔다. DMZ 내에 중기관총 K-6 등 중화기를 반입하는 건 정전협정 위반이다. 그러나 경기관총인 K-3는 유엔군사령부 승인하에 반입할 수 있다.
북한군이 돌아간 지 약 50분이 지난 오전 10시 13분경 북측에서는 총성 여러 발이 들렸다. 10시 16분경에도 또다시 총성이 들리면서 한때 교전 가능성이 증폭됐지만 상황은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총을 쏜 정확한 의도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총탄이 MDL을 넘어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유엔군사령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귀순 관련 정황을 파악하고자 합동참모본부와 공조 조사를 하고 있다. DMZ에서는 정전수칙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우리 군 경고사격과 북한군 사격이 유엔사 교전규칙에 따른 자위권 차원에서의 조치였는지, 정전협정을 위반한 과잉 대응은 아니었는지를 가리겠다는 뜻이다.
이날 귀순으로 올해 MDL을 넘어 귀순한 북한군은 총 4명이 됐다. 20일 오전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상으로 귀순한 북한 남성 2명을 합하면 올해 북한에서 곧바로 남한으로 귀순한 북한군 및 북한 주민은 모두 15명에 달한다. 지난해엔 북한군 1명 등 총 5명에 그친 것에 비춰 볼 때 북한 내부 동요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손효주 hjson@donga.com·황인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