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에게 꿈을 묻다]<2> 러시아 아이스하키팀 주장 일리야 코발추크
아이스하키 세계 최강국이 초청돼 경기를 치르는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이 한창이던 16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VTB 아이스팰리스. 러시아 아이스하키의 심장이라 불릴 수 있는 이 경기장 내의 러시아 대표팀 라커룸 앞이었다.
세계 최강의 전력을 넘보는 러시아의 라커룸 앞에는 러시아를 빛낸 선수들의 사진이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 바로 그곳에 그의 대형 사진도 걸려 있었다. 러시아 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장이자 국민 영웅 일리야 코발추크였다. 그 사진 바로 앞에서 그를 만났다.
워낙 거물이라 웬만한 인터뷰 요청은 모두 거절하는 그를 현지에서 사흘을 기다린 끝에 만날 수 있었다.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이 그려진 퍽 캔들(아이스하키 퍽을 형상화한 향초)을 받은 그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그는 “평창 올림픽에 가게 돼 무한한 영광이다.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딸 것이다.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퍽 캔들’ 선물에 함박웃음 일리야 코발추크가 16일 선물로 건넨 평창 겨울올림픽 퍽 캔들(아이스하키 퍽을 형상화한 향초)을 들어보이며 밝게 웃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VTB 아이스팰리스 복도에 걸려 있는 그의 대형 사진 앞에서 진행됐다. 모스크바=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푸틴 대통령을 움직인 편지 한 통
이달 초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도핑 스캔들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해 평창 올림픽 전면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단, 엄격한 도핑 테스트를 통과한 선수들에 한해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 IOC의 징계에 반발해 온 러시아가 평창 대회를 보이콧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에 모든 이의 시선이 모아졌다.
푸틴 대통령에게 편지를 쓴 이유를 묻자 그는 “어릴 적 처음 스틱을 잡은 순간부터 국가를 대표해 올림픽에 나가는 게 꿈이었다. 평창 올림픽은 내게 다섯 번째 올림픽이다. 우리 팀 누군가에게는 첫 번째 올림픽일 수도 있다. 내게도 그들에게도 올림픽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꿈”이라고 답했다.
○ NHL보다 평창 올림픽
훌륭한 신체조건에 빼어난 기술을 갖고 있는 그는 러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2001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애틀랜타와 뉴저지 등에서 11시즌을 뛰면서 816경기 816포인트(417골, 399어시스트)라는 놀랄 만한 기록을 세웠다. 2010년에는 뉴저지 데블스와 15년간 1억 달러(약 1083억 원)짜리 대형 계약도 했다. 하지만 2012∼2013시즌 NHL의 직장 폐쇄 때 러시아아이스하키리그(KHL)로 돌아왔다. 이후 NHL과의 계약을 파기하고 조국에 남아 KHL 산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뛰어왔다.
올 시즌에 앞서 그의 NHL 복귀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여전히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데다 그를 원하는 NHL 팀도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고심 끝에 KHL 잔류를 택했다. 그는 “NHL이 평창행에 미온적이라는 걸 느꼈다. 내게는 올림픽이 최상의 가치다.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했던 NHL보다 KHL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NHL은 IOC 등과의 갈등 끝에 평창 올림픽에 소속 선수들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 26년 만의 금메달 도전
코발추크는 “이번은 내게 마지막 올림픽일 수도 있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일리야 코발추크는 누구::
△국적: 러시아
△생년월일: 1983년 4월 15일
△신체조건: 키 191cm, 몸무게 103kg
△포지션: 왼쪽 공격수
△주요 경력: 2001년 NHL 전체 1순위 지명. 애틀랜타 스래셔스, 뉴저지 데블스 등 NHL에서 11시즌 동안 816포인트(417골, 399어시스트) 2013∼2014시즌부터 KHL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뛰고 있음
△국제대회 경력: 올림픽 4회 출전.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동메달. 2018 평창 올림픽 러시아 대표팀 주장. 세계선수권 우승 2회(2008, 2009년).
모스크바=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