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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저금통 513개 기부한 섬 주민들

입력 | 2017-12-22 03:00:00

[연말 추위 녹인 따뜻한 손길 두 모습]
여수 화정면 주민 2000여명… “소외층에 써달라” 1000만원 쾌척




전남 여수시 화정면 주민들이 지난달 23일 8개월 동안 모은 동전이 가득 든 돼지저금통 513개의 배를 일일이 따고 있다. 여수시 화정면 제공

전남 여수의 섬마을 주민들이 8개월간 사랑으로 키운 ‘돼지저금통’ 513개를 기부했다. 저금통에는 20kg짜리 쌀 포대 15개 분량의 동전이 들어 있었다.

21일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최근 여수시 화정면 주민들은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달라며 성금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주민들이 돼지저금통에 한 푼 두 푼 모은 돈이다. 주민들이 작은 섬 20곳에 흩어져 살고 평균 연령이 70세 안팎인 걸 감안하면 ‘기적의 성금’이었다.

시작은 올 4월 열린 화정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의. 협의체는 지역의 복지 현안을 논의하는 민관기구다. 당시 참석자들은 소외계층 지원 방법을 논의했다. 하지만 섬마을 특성상 어려움이 많았다. 그때 개도 중앙교회 목사 김성하 씨(56)가 사랑의 돼지저금통을 생각했다. 그는 직접 저금통을 구입해 면사무소에 기증했다.

저금통 665개가 주민 2000여 명에게 나눠졌다. 주민들은 틈날 때마다 동전을 넣기 시작했다. 주민 702명이 사는 개도에서는 저금통 178개를 기부했다. 김 씨는 “100개 정도는 홀몸노인이 빠듯한 생활비를 아껴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이 31명에 불과한 하화도에서는 81개가 모아졌다.

하화도 주민들은 관광객이 오가는 마을회관과 선착장 공중화장실 등에도 저금통을 놓았다. 주민들은 아침에 저금통을 내놓고 저녁에 들여놓는 게 가장 중요한 일상이었다.

그렇게 모은 저금통에는 총 734만 원이 들어있었다. 이 중 500만 원가량은 동전이었다. 동전분리기가 있는 여수와 순천지역 은행 두 곳에서 쌀 포대 12개 분량의 동전을 10원과 100원, 500원짜리로 분리한 뒤 지폐로 교환했다. 나머지는 주민과 면사무소 직원들이 이틀간 날밤을 새우며 동전을 셌다. 모금 소식을 들은 우종완 여수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대표가 266만 원을 더해 1000만 원이 됐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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