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신문의 기자였던 이나가키 에미코 씨(52)는 퇴준생의 모범사례라 할 만하다. 승진에서 밀려 지방 발령을 받고 퇴사를 결심한 것이 마흔 살, 준비 끝에 사표를 낸 것은 쉰 살 때였다. 퇴사를 생각하면서 회사가 재밌어졌다는 그는 막판까지 열정적으로 일했다. 헛헛한 가슴을 소비로 달랬던 삶의 방식도 180도 바꿨다. TV와 냉장고를 없애는 등 최소한의 경비로 행복한 일상을 추구하는 그는 ‘퇴사하겠습니다’란 저서로 한국에도 유명해졌다.
▷퇴사 이후의 삶이 다 이렇게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어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퇴사 1년 이상 지나고도 새 직장을 못 구한 실업자가 지난달 30%로 집계되면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경직된 고용시장이 재취업 시장에도 한파를 몰고 온 만큼 충동적 사표는 금물. 혹시 당신이 퇴준생이라면 퇴사 1년 즈음 자신의 좌표를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겠다.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도 명심할 것이 있다. ‘복수는 나의 것’이라며 예전 직장과 상사에 대해 험담하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 ‘먹던 우물에 침 뱉기’ 식으로 장기적 커리어 면에서 자살행위가 되기 십상이란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