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사진)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징역 1년8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5)은 징역 4년에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22일 롯데 총수 일가의 횡령 등 혐의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신 회장에게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신 총괄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35억 원을 선고했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57)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장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5)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3)은 ‘공짜 급여’를 받은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신 회장에 대해 “신 총괄회장을 보좌해 그릇된 지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범행에 가담했다”며 “아버지 뜻을 거절할 수 없다 해도 범행 실행 과정에서 지위에 따른 역할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장에 취임해 공식적으로 롯데를 대표하는 지위에서 영향력과 역할에 따라 범행을 중단할 수 있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질타했다.
신 총괄회장에 대해서는 “법질서를 준수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경영할 책임이 있었음에도 사유재산처럼 처분한 행위는 용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신 총괄회장이 나이가 많고 사실상 장기간 수형생활이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신 회장은 총수 일가에 총 508억 원의 ‘공짜 급여’를 주고 계열사 롯데피에스넷에 499억 원을 불법 지원하는 등의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신 총괄회장은 2006년 차명으로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3%를 장녀인 신 이사장에게, 3.21%를 서 씨 모녀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증여세 858억 원을 탈루한 혐의다.
검찰은 지난달 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신 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000억원을 구형했다. 신 총괄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 원을, 신 전 부회장에게는 징역 5년, 신 이사장과 서 씨에게는 각각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