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진화초기 깨달라고 요청 소방관, 도착 38분 지나 창문 깨… “불길 거세 창문 접근 어려웠다” 전문가 “골든타임 지난뒤 깨면 위험”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핵심은 20명이 숨진 2층 목욕탕 여탕의 통유리 창문을 왜 진화 작업 초반에 깨서 구조하지 않았느냐다. 우왕좌왕하느라 창문을 빨리 깨달라는 유족의 요청을 묵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2일 피해자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방문하자 유족들은 “소방대원이 스포츠센터 1, 2층 계단 옆 창문 통유리를 초기에 깨줬다면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생존자 이모 씨는 “사고 당시 건물 내부 1, 2층 계단에 여성 15∼20명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는데 건물 밖에는 소방대원이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존자는 “한 여성이 환기창으로 뛰어내리는 게 무섭다며 3층으로 다시 올라가는 걸 봤는데 나중에 사망했다고 들었다”며 아쉬워했다.
21일 소방관이 2층 창문을 깨고 들어간 시간은 화재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지 38분이 지난 오후 4시 38분이었다. 발견한 것은 시신 2구였다. 한 유족은 “건물에 있는 가족과 1시간 가까이 연락했다”며 “창문을 깨서 화염을 빼고 외부 공기(산소)를 넣었다면 살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화재 상황에 따라 창문을 깨는 건 위험할 수도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직후에는 실내 창문을 깨서 유독가스를 빼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화재가 진행돼 ‘플래시오버’(불이 폭발적으로 붙는 상태) 이후 구조 골든타임이 지난 상황에서 창문을 깨면 산소가 부족해진 실내에 오히려 산소를 공급해 불을 키우게 돼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천=김배중 wanted@donga.com·김자현 / 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