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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대부분 신격호때 비리… 롯데에 사회기여 기회 줘야”

입력 | 2017-12-23 03:00:00

[신동빈 롯데 회장 1심 집행유예]‘총수 구속’ 최악상황 일단 모면
투명경영 내건 뉴롯데 플랜 가속도
신동빈 회장 장인상 참석하려 일본行… 1월 면세점 비리 선고가 2차 고비




법원서 나오는 신동빈-신격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심 공판을 마치고 어두운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왼쪽 사진). 고령과 건강 상태 탓에 법정구속을 피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도 휠체어를 탄 채 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2일 총수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면한 롯데그룹은 다음 달 면세점 뇌물 의혹과 관련한 선고가 남아 있지만 한 고비는 넘겼다는 분위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 혁신을 골자로 한 ‘뉴롯데’ 재건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더욱 합심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재판 직후 장인상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신 회장 장인인 오고 요시마사(淡河義正) 전 다이세이 건설 회장은 21일 9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롯데는 막판까지 신 회장의 실형 여부에 있어 낙관하지 못했다. 공소사실에 담긴 횡령 및 배임 액수만 1750억 원대로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것은 횡령 배임 액수 자체가 대폭 줄어든 점이 크게 작용했다.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임대 관련 배임액 774억 원에 대해서 재판부는 “범죄로 통한 이득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 이득액의 엄격한 증명을 전제로 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 적용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 회장에게는 특경가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됐다. 롯데피에스넷 불법 지원 등 471억 원 규모의 배임 혐의도 ‘경영상 판단’이라고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신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95)이 공모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3)에게 ‘공짜 급여’ 391억 원을 지급했다는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도 무죄가 선고됐다. 2009년 8월∼2016년 5월 신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 씨(58)와 서 씨의 딸 신유미 씨(34)에게 총 117억 원의 공짜 급여를 준 혐의는 일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대부분 신격호 시대에 발생한 일이다. 이번 사건 범행으로 신 회장이 얻은 직접적 경제적 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또 롯데그룹이 처한 대내외적 어려운 사정과 향후 건전한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부여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신 총괄회장에겐 징역 4년과 벌금 35억 원을 선고하며 가장 큰 책임을 물었다. 롯데 임원 중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67)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62), 소진세 롯데 사회공헌위원장(67),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57)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롯데의 건전한 기업 활동을 주문한 만큼 신 회장은 뉴롯데 재건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우선 올해 지주사 설립을 시작으로 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 및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차 고비는 넘겼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1심에선 집행유예가 나왔지만 2심과 3심이 남아있다. 내년 1월 26일로 예정된 면세점 비리 관련 선고도 있다. 검찰은 신 회장에게 4년형을 구형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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