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전날 백혈병 진단 받고… 서울대 의대 합격 권성현군
24일 권성현 군이 서울대 의대 합격증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항암치료로 빠진 머리카락은 아직 다 자라지 않아 짧다. 김경제 기자kjk5873@donga.com
누구보다 열심히 대입을 준비했기에 원망이 앞섰다. “‘10만 명 중 4, 5명이 걸린다는데 왜 하필 나일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권 군은 이 학교 자연계열 150여 명 중 전교 1, 2등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학생부종합전형에 반영되는 기말고사를 보지 못한 채 입원해야 했다.
투병 생활은 길고 고통스러웠다. 항암제를 투여하면 백혈구 수치가 떨어져 열이 40도까지 올랐다. 입안은 헐어 진통제를 맞지 않으면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권 군은 6주씩 두 차례 항암치료를 받았다. 골수 검사도 네 번이나 했다. 수능 공부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네가 더 강해져야 한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을 떠올렸다.
어느 수험생보다 힘든 시간을 보낸 권 군은 21일 꿈에 그리던 서울대 의대 수시모집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하지만 1, 2차 항암치료 결과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나마 새로운 약을 먹으면서 백혈구 수치는 나아졌다. 하지만 골수 이식을 받지 못하면 언제 재발할지 안심할 수 없다. 권 군은 입학도 하기 전에 휴학부터 해야 할 처지다. 1년간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한다.
24일 기자를 만난 권 군의 표정은 담담했다. 그는 “병을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에 투병 전보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웃었다. 당찬 포부도 밝혔다. “직접 환자가 돼본 만큼 환자가 어떤 부분에 두려움을 느끼고, 어떤 도움이 절실한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환자 마음을 이해하는 신경외과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